며칠동안 폭염이다.
푝염경보 안내문자가 계속 울리면서 외출을 자제하라,
물을 많이 마셔라는 유의사항이 날아온다.
휴, 집에 있어도 덥긴덥다.
조금만 움직이면 땀범벅이 된다. 그런 와중에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 더운 날씨에,
아스팔트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얼마되지 않은 야채를 손수 농사 지었다고
하시면서 팔고 계셨다.
가던 길을 되돌아와 무슨 마음으로
가격을 물어 봤는지 모르겠다. 지갑에 현금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채 말아이다.
'5,000원'
오천원만 주고 다 가져 가라고 하신다.
가방을 뒤적거려 현금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열무를 사버렸다.
금방 후회했다.
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가 이 열무를 왜 샀지?'
식탁위에 열무를 풀어 놓으니
진짜 한 가득이다. 미루면 하기 싫을 테니 씻어서 소금을 뿌렸다.
빨간 고추도없고 마늘도 준비해야 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김치국물을 준비하는 일이다.
찹쌀 풀을 쑤어서 국물을 만들어야 되는데
날날이 버전으로 밥을 끓였다. 그리고
할머니가 덤으로 주신 깻잎과 양파 두알을 깨끗히 씻었고,
깻잎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고 물기를 제거해서 보관했다.
양파는 국물 만드는데 갈아 넣는다.
열무를 소금에 절이고
밥을 끓여 국물을 만들 준비를 하고
씽크대 앞에 서 있으니 땀으로 목욕을 하는 듯했다.
또 후회를 했다.
소금에 절인 열무는 손으로 많이 뒤적이거나
만지면 풋내가 난다. 그래서
시간을 체크하고, 열무의 절임 정도를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소금에 너무 절이면 질겨지고
소금기를 금방 씻어내면 열무가 살아서 밭으로 가려고 하는
모양새를 띤다.
적당히, 적절하게, 적당히 라면
추상적인 단어가 애매모호하기는 하다.
상대가 있어 함께 하는 일이라면 구체적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열무 한단을 씻어 소금 100g을 골고루 뿌린다.
열무국물은 냄비에 물 1000cc와 밥 반공기 (또는 100g을 넣고
10분간 끓인 후 불을 끄고 식힌다.
이와 같은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각적으로 이미지를 그릴 수 있고
청각적으로는 말하는 이(치료사)와 듣는 이(대상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설명이어야 한다.
양파도 쫑쫑, 붉은 고추도 쏭쏭 썰어 준비를 했다.
'맴다. 눈물이 날 정도로'
또 다시 후회를 했다 더운데 .... 말이지.
양파와 고추를 넣고
밥 삶은 물로 자작하게 한 후
미니 믹서에 넣고 신나게 갈았다.
밥알도 갈아서 넣었다.
열무 국물이 완성되었다.
간은 굵은 소금으로 맞추고.
김치통에 채곡채곡 담은 후
하얀양파와 자색양파를 채 썰어 올리고
붉은 고추도 어슷썰어 올리니
보기에는 아주 근사한 열무김치가 완성되었다.
생각난다~
'열무비빔국수'
국물에 열무 담그는 사진도 없다.
두 손으로 열무를 재우느라
사진 찍는 것을 깜박하기도 했지만
손으로 카메라를 만질수가 없어서
더더욱 잊어 버렸다.
다 하고 보니 왠지 뿌듯하다. 한동안은
김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비빕밥에도, 라면에도, 국수에도 기타 둥둥
열무김치는 두루두루 어디에도 어울리니 말이다.
싱크대에 올려 둔 김치통을
늦은 저녁에 열어 보았다.
한나절 지났음에도 벌써 익은 냄새가 난다.
'맛있게 익어라 얍!
열무김치를 담는 동안
열무를 사는 그 순간부터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후회를 여러번 했지만
역시 과정을 고달픔보다는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이 나를 위로해 준다.
이런 기분에 요리를 좋아라 하는 거구나
새삼스레 또 긴장을 하게 된다.
20190708 권명숙글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
#열무김치
#열무비빔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