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리학에서 배우는 핵융합과 <E = mc^2>은 사회적 갈등과 논쟁 해결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핵융합은 두 개의 원자핵이 결합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이다. 이는 질량이 그대로 머무를 때는 발현되지 못하던 에너지가 결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방출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갈등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들이 만나 본질을 공유하고 융합할 때 비로소 사회적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막대한 에너지가 생성된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E = mc^2>은 질량과 에너지가 상호 전환 가능하다는 원리를 설명한다. 하지만 질량은 고립된 그 자체만으로는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것이 에너지로 전환되려면 결합과 변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논쟁도 이와 비슷하다. 찬반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는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각자의 주장이 고립된 상태에서는 그 잠재력은 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입장이 부딪치고 결합하게 되면,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에서 의료개혁이나 역사논쟁과 같은 사회적 이슈는 항상 격렬한 찬반 논쟁을 동반한다. 이러한 논쟁의 초기 단계에서는 각자의 입장이 감정적으로 강하게 표출되며, 갈등은 격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감정적 대립이 극에 달했을 때, 더 나아가 공통된 본질을 찾고 서로 융합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찬반 진영은 서로의 입장을 넘어서 진정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특히 의료개혁과 같은 복잡한 사회적 이슈는 양극단의 입장을 단순히 대립시키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공공의료의 강화와 민간의료의 역할 등 서로 다른 주장들이 모두 한정된 자원과 목표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야만 비로소 성공적인 개혁이 가능하다. 역사 논쟁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해석은 항상 상대적이지만,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올바른 메시지를 찾기 위해선 상반된 주장들이 하나의 본질적인 가치로 결합될 필요가 있다.
결국, 사회적 갈등은 핵융합으로 부터 배우는 물리의 지혜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주장이 충분히 충돌하고, 다양성을 인지하하게 되면서, 그 감정적인 대립이 잦아들 때, 비로소 양측은 본질(myth)을 중심으로 융합하는 길을 찾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개인이 사회적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물리학에서 핵융합이 질량을 에너지로 전환하며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듯, 사회적 논의에서도 서로 다른 주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한국의 의료개혁과 역사 논쟁과 같은 문제에서, 찬반 진영이 충분히 형성된 후 본질을 함께 찾아 융합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핵심 순서다. 왜 갑자기 지금 이 문제를 이슈화하느냐라며 제3자적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는 태도 또한 피해야 한다.
핵융합으로 부터 배우는 <사회적 융합>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역량은 아래와 같다.
첫째,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피력하자.
두렵고, 쑥쓰럽고, 부족해보이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갖추고, 타자와 토론하는 문화적 연습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생성형AI가 내 토론의 가상 상대가 되어줄 수 있다. 생성형AI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정보나 논리의 부족이나 편향성을 보완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적 갈등이 대두되면 해당 사항에 대하여 신문, 독서와 영상, 강연, 질문 등을 통해 깊은 관심을 가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친일이나 극일주의를 비난하면서 나 자신은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민족적 자존심만으로 그들을 비판한다면 바른 비판을 할 수도 없으며, 그들을 바꿀 수도 없다.
더불어 타자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이 갖지 못했던 새로운 사고방식과 관점을 가감하면 자신의 생각을 성찰하게 되는 데 이 과정이 <사회적 핵융합과정>이다. 이는 논어의 나와 생각이 다른 이가 친구가 되는 <유붕이자원방래(有朋이 自遠方來)>의 과정이다. 상호 존중과 융합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더 큰 사회적 영향력과 변화의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박항준 (danwool@naver.com)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