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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소나 May 16. 2024

매발톱, 혼자 서도 잘 할 거야!

야생화와 개똥철학

매발톱은 꽃잎을 싸고 있는 꽃뿔이 매의 발톱처럼 구부러져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꽃뿔 안에 있으며 꽃불이 꽃을 보호해주는 모양새다. 산골짜기 양지 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높이 50~100cm까지 자란다. 꽃은 기후에 따라 4월~ 6월에 피며 지금이 3cm정도 이며 자줏빛을 띠는 갈색이다. 꽃이 막 피기 시작할 때는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여 아래 를 향하여 달린다. 그런데 꽃이 질 때가 가까울수록 고개를 높이 치켜들어 자신감을 뽐낸다. 흥미로운 것은 꽃이 지고 씨앗을 맺은 후 씨방마저 하늘을 치켜본다.


번식력과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열매는 골돌과로서 7~8월에 익으면서 털이 난다. 번식을 위해서는 지나가면서 무심한 척 한번씩 흔들어 주면 주변에 씨를 뿌린다. 몇 년만 지나면 금새 매발톱 군락이 된다. 매발톱, 그 위상이 참으로 격조가 높아 보인다. (키운 사람으로서) 매발톱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한없이 흡족한 자태여서 그 자체를 눈에 사랑을 듬뿍 담아서 즐길 수 있다.




아들이 대학생 1년생, 첫사랑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일이다.


"엄마, 저 헤어졌어요... 그냥 쉴게요..."


당시, 그 말을 듣고 아들에게 같이 슬퍼하는 '척!' 하면서 눈치를 살폈다. 집에 오자마자 '밥을 안 먹고 쉬겠다'는 말에 내심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겠다 싶어서 안심(?)했었다. 문제는 나날이 달라지는 아들의 상태였다. 아들이 다른 말을 안했지만 도무지 밥을 먹지 않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생활비 카드를 따로 주었는데, 평소에는 밥은 물론 커피값, 술값까지 카드를 사용했다. 그런데, 아들이 여친과 헤어진 날 이후로는 카드 SMS 알람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야, 그래도 밥은 먹고 다녀야지... 이러다 너 쓰러지겠다..."

"목에 아무것도... 안 넘어가요..."


'저러다가 배고프면 먹겠지...'하면서 며칠을 더 기다렸다. 어느새 아들 얼굴이 반쪽이 되어 갔다. '아이고, 이러다 내 아들 몸 상하겠다' 싶어서 그때 부터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의 피골이 상접한 모양새가  말라빠진 식물 줄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들에게 이별이 힘들었던 것이었다.


그걸 바라보면서 내가 했던 생각이다.


'이럴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는 게 도움이 될까?'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하, 정말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이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고민하면서 어떤 말을 부모가 할 수 있는지 나름 모범답안(?)을 몇 개 적어 보았다.


"야! 시간이 약이야. 좀만 참아 봐!"

"힘들지? 그럼 네가 가서 무조건 미안하다고 빌어봐바! 혹시 모르지..."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다! 괜찮아!"

"인생이 다 그런 거야! 만나면 헤어지고 또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참에 친구들과 여행 좀 다녀오지 않을래?"


첫사랑과의 이별에 아예 밥을 끊어버린 아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만 거듭했다. 그러던 어느날, 매발톱이 눈에 들어 왔다. 매의 발톱, 바로 솔개이야기를 떠올리며 나는 '자식이 알아서 스스로 시간을 보내고, 내게 어떤 말을 꺼낼 때 까지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었다. 내가 생각을 바꾸게 된 '솔개이야기'를 소개한다.

 

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솔개는 평균 수명이 40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70년까지 사는 장수솔개가 따로 있다. 대부분 솔개는 나이가 들면서 노화된 발톱과 부리, 퇴화된 깃털로 인해서 더 이상 먹잇감을 잡지 못하고 죽기를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장수솔개들은 살기 위해서 스스로 새롭게 정비를 한다고 한다. 그 방법은 이렇다.


먼저, 가슴에 닿을 만큼 길게 자란 부리를 바위에다 쪼아대서 부리를 뽑아버리고 새 부리가 나게 하는 것이다.그리고, 무겁고 두툼해진 깃털을 스스로 뽑아 버리는데 6개월 정도 지나면 그 자리에서 새 깃털이 돋아난다고 한다. 결국, 장수솔개의 장수 비결은 <부모에게서 타고난 몸을 떠나서 스스로 엄청난 고통을 견뎌 내고, 회복의 긴 시간을 거친 후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었다.


출처 픽사베이


우리 자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녀가 힘들어 할 때 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그 기준과 개입의 선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자녀를 사랑한다고 한들 언제까지나 부모가 함께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녀 대신 자녀 인생을 살아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는 자녀에게 스스로 충분히 고민할 시간과 직접 해답을 찾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우선순위 즉 0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부모의 역할이 어디까지 일까?' 라는 고민이 있다면 <왜, 매발톱 꽃이 꽃뿔에 둘러 싸여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매발톱 꽃이 꽃뿔에 둘러 싸여 있는 모양이 마치 어린 꽃잎을 보호해야 할 때라며 지키는 부모와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시기가 오면 꽃이 꽃뿔을 제치고 하늘 높이 자신을 드러내는데 그 꽃이 바로 부모에게는 자녀인 셈이다.


그때는 자식이 부모를 떠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잘 놓아야 할 것이다. 매발톱 꽃이 하늘을 향해 자신을 꼿꼿이 세워 세상에 드러내고 씨방을 뿌려서 자신의 세상을 만드는 것 처럼! 



자식을 믿고 바로 세워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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