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단어를 아시는지요? 문자 그대로 큰 그릇은 늦게 찬다는 뜻입니다. 즉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대기만성형>이 많습니다. 젊음이 중요한 운동선수 중에서도 <대기만성형> 선수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시쳇말로 떡잎은 보잘것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쑥 자라 있습니다. 어떤 대나무처럼 뒤늦게 자랍니다. 도대체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바닷게는 원래 몸 짐이 작습니다. 그런데 몸 전체를 딱딱한 갑옷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작은 몸일 때 입고 살던 옷을 벗어야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탈피할 때 죽음의 위협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그러나 탈피하지 못해도 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들은 평생 15~20회 정도 옛 옷을 벗어던지고 어제보다 1센티미터 더 성장합니다. 게만 그런 게 아닙니다. 거미나 뱀을 비롯한 많은 생명체들이 모두 허물을 벗으며 자랍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FA 100억 원 시대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기아 타이거즈 최형우 선수입니다. 최 선수의 야구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습니다. 그는 역경을 딛고 최정상에 오른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입니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뒤 성적 부진으로 방출당한 적도 있었지요. 그래서 2군 무대를 전전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칼을 갈더니 2016년 프로야구 최고 타자 자리에 올랐습니다. 대개 이런 것을 두고 <인생반전>이라고 합니다.
신문 사설을 8년간 필사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정규교육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무학의 신분이었습니다. 2,577일간 매일 한 편씩 베껴 쓴 그는 훗날 시인 김덕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지요. 그는 공인중개사 일을 하면서 늘 신문을 가까이 두었습니다. 2000년부터는 매일신문 사설을 베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며 한글로 된 단어를 모두 한자로 바꿔 적어갔습니다. 꼬박 9년째가 되던 2008년에는 내친김에 검정고시 준비에 나섰습니다. 그로부터 4년 만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2013년에는 서울디지털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그해 한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쇼트 트랙경기나 경마에서도 <대기만성형> 전략이 있습니다. 경기 초반에 선두 주자 뒤에서 달리면서 힘을 비축하지요. 이후 코너나 직선 주루를 만날 때 앞으로 치고 나가는 전략입니다. 이를 경마에서는 추입이라고 합니다.
인생은 촌놈(?) 마라톤이 아닙니다. 처음에 잘 뛰어봐야 허벅지 근력과 폐활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쉽게 고꾸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장시간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힘입니다. 지금 비록 뒤처져 있다고 실망하지 말고 추입의 시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성공은 시간이 걸리는 게임입니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하고 싶은 가수가 있습니다. 이 가수에게 필요한 건 인기일까, 연습일까요? 중국 속담에 그 <답>이 있습니다.
“문은 스승이 열어주지만,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당신 자신이다.”
당신이 제어할 수 있는 건 <인기>나 <유행>이 아닙니다. 오직 <노력> 하나입니다. 그런데 <노력> 은 늘 성공 앞에 있습니다. 혹시 성공이 노력 앞에 온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곧 겨울입니다. 겨울은 겨울에 준비하는 게 아니라 가을에 준비하는 겁니다.
인생이란 텃밭에선‘원하는 대로’ 거두지 못합니다.‘심은 대로’만 거둡니다. 그것도 <제대로> <한만큼> 말입니다.
지금 하시는 일과 일터에 <노력>이란 씨앗을 제대로 심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