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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Jan 06. 2024

운동다꾸 기록 3주_운동다꾸 최적의 시간은 언제?

운동 다꾸로 뭐가 달라질까?


다꾸는 기록이다
기록은 어렵다
 
왜?
 
도대체 시간이 안 난다



월요일과 수요일. 발레핏 운동을 한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오면 오후 1시이다. 간단히 씻고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2시가 훌쩍 넘어간다. 오후 일정이 있어 후다닥 정리를 하고 시간을 확인하면 세상에나 어느새 오후 3시다. 이때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과를 보내면 밤 9시가 다되어 간다. 두근두근 밤 9시.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 올까. 그럴 리가. 아이의 하루 일정을 체크하면서 지지고 볶고 시작이다. 아주 고소하다 못해 진한 깨소금 냄새가 난다. 깨소금을 볶으려면 가스불 앞에서 떠나면 안 된다. 주걱으로 깨를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들들들들. 달달달달. 볶고 또 볶고. 불 앞에 딱 붙어있어야 한다. 아이와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이다. 흠… 내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거다. 운동다꾸(운동 다이어리 꾸미기) 해야 하는데. 오늘 운동한 것을 기록해야 하는데. 도대체 내 시간은 언제 오는 걸까.


화요일과 목요일. 줌바 운동을 하고 온다. 집에 오면 밤 10시 40분쯤이다. 늦은 밤이지만 바로 씻지 못한다. 아이의 하루 일정을 체크해야 한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지지고 볶고를 짧게 해야 한다. 들들. 달달. 뭐 요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짧게 가 가능할까. 뭐 할 수 없다. 무조건 짧게 해야 한다. 여기서 짧게란. 오늘 공부계획은 뭐였어? 어~ 그렇군. 오늘 계획한 분량은 다했어? 어~! 그렇군. 오늘 못한 공부는 어떻게 할 거야? 어~!! 그렇군. 굳어지려는 얼굴표정을 최대한 막으면서 마지막 말을 한다. 그래, 잘했네. 고생했다. 못한 공부는 내일 잘 마무리해. 뒤돌아서 차가운 물 한잔을 쭈욱 들이키면 된다. 목구멍을 아주 활짝 열어야 얼굴로 올라온 열기가 빨리 꺼진다. 아이의 하루 일정 체크는 급 마무리해야 한다. 곧 11시가 다가온다.  밤 11시가 오면 드디어 운동다꾸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운동하고 왔는데 아직 씻지 못했다. 괜찮다. 땀 냄새쯤이야. 다꾸가 먼저다. 남편이 먼저 씻으라고 말하지만. 죄송합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겠습니다. 이미 밤 11시가 넘었어요. 씻고 나오면 오늘 안에 다꾸 못해요. 도대체 여유로운 내 시간은 언제 오는 걸까.



이렇게 4주가 흘렀다. 매일매일 운동과 운동다꾸를 하고 인스타 계정에 올리고 있었다. 인증은 그날 바로 해야 하니깐. 그런데 데드라인을 0시 인증 시간에 맞추다 보니. 조금씩 버거워졌다. 0시 마감이 주는 압박감에 땀내 나는 운동복을 벗지도 못하다니. 이거 뭔가 잘못되었다. 챌린지와 인증에 쫓기는 느낌이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운동다꾸도 점심 전에 마무리하면 좋겠지만. 운동 끝나는 시간이 늦으면 가능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거라면 0시 전에 올리는 것이 약속이니 어떻게든 하겠는데. 혼자 하는 기록인데 이렇게까지 마감 압박을 받아야 하는 걸까. 0시가 넘어가면 세상이 망하나. 뭐, 내가 약속도 안 지키는 비열한 인간이 되는 건가. 손바닥보다 작은 하얀 종이에 하는 운동다꾸는 5분 만에 뚝딱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메인 테마 색과 분위기, 나름의 콘셉트를 정해 스티커를 알차게 구성한 뒤에 붙여야 한다. 짧은 글도 남겨야 한다. 기본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여유로운 30분의 시간말이다.  



어? 11시부터 0시까지 1시간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충분하지 않나 싶겠지만. 시간에 쫓기면 1시간을 1시간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조금 부풀려 보자면 마감에 쫓기는 1시간은 10분 같다. 결국 다꾸의 퀄리티를 내려놓던지. 시간의 제약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초보다꾸러는 퀄리티를 포기 못한다. 시간 제약도 대놓고 풀지 못한다. 진짜 왜 포기를 못하는 걸까. 다이어트는 그렇게나 많이 포기하면서 참내. 아무튼 퀄리티와 시간제약의 허들을 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거 이거 이쁜 다꾸에 꽂혀 가볍게 시작한 건데. 머리를 써야 하는 시간이 오다니. 그렇다. 결국 모든 일은 머리를 써야 하는 시간이 온다. 반듯이. 이게 뭐라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해결책은 바로…


줌바가가전에 쓰고, 갔다와서도 쓰고.~^^


바로… 짠 하고 나왔으면 좋겠으나. 내 머릿속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줌바를 가기 전에 비가 오지만 운동 꼭 가야지.라는 다짐을 한쪽에 미리 써놓았을 뿐이다. 그럼 이대로 해결방법 없이 0시 마감압박을 계속 받아야 하나. 그건 아니다. 내 머릿속에만 없을 뿐이다. 다꾸는 기록이다. 기록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면 된다.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거인의 노트]를 쓴 김익한 교수의 영상을 찾아보면 된다. 여러 영상 중에서 ‘하루 1분 기록하기’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1분 기록하기 방법은 세 가지이다. 첫째, 키워드로 적는다. 둘째, 한 줄을 넘기지 않는다. 셋째, 기록한 것을 다시 읽어 본다. 키워드를 적을 때는 잠깐 생각하고, 중요 내용을 단어로 적는 것이다. 한 줄을 넘기지 말고 쓸 때는 시간, 장소, 분위기, 주요 내용을 적는다. 마지막은 통찰의 과정으로 기록한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잘 활용하면 마감압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0시 마감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하루의 끝을 다시 정립하는 것이다. 나의 하루는 내가 잠을 자기 전까지이다. 0시가 넘었어도 잠자기 전이라면 나의 하루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0시가 지난 새벽에 잠자리 요가나 스트레칭을 해도 인정하기로 했다. 이거 하나 인정했는데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이어리에 그날 운동한 내용을 키워드로 먼저 쓰고, 그 주중에 다꾸작업을 마무리해도 인정하기로 했다. 사실 이런 날은 몸이 힘들거나. 시간에 진짜 쫓길 때 말고는 거의 없을 듯싶긴 하지만. 살짝 느슨한 데드라인을 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 다꾸에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괜찮아.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깐. 몸이 조금 힘드니깐. 키워드만 적고 내일 마무리하자. 오늘 운동을 못했어도. 괜찮아, 잠자리 스트레칭이라도 하면 되지. 인증사진은 내일 올리면 되지. 메인은 다이어리야. 해방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오늘 운동을 아직 못했다. 그 말은 다꾸도 아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0시가 되기까지 딱 22분 남았다. 음… 괜찮네. 이제 마무리하고 장요근 스트레칭하고, 다이어리에 장요근 스크레칭, 0시, 시원함. 간단하게 키워드를 적고 다꾸 꾸미기는 내일 해야겠다.



운동다꾸 최적의 시간은?

1. 운동 끝나고 바로
1. 운동 가기 전에도 일부 가능
1.  0시가 지나도 잠자기 전이면 가능

역시 느슨한 데드라인은
삶에 여유를 준다.

느슨해져 봐야
또, 타이트해질 수 도 있을 것이다.


아직 1월6일 운동과 다꾸를 못했지만 괜찮다. 자기전에 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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