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운동다꾸로 정했나 싶다. 운동이 랜덤도 아니고, 매주 새로운 종목을 하는 것도 아닌데. 쓸 내용이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월, 수는 발레핏. 화, 목은 줌바. 어쩌다 보니 지금은 두 개를 하지만 3개월 뒤에는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금, 토, 일. 3일은 또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걷기, 홈요가, 홈트. 그리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실 발레핏과 줌바도 무얼 기록해야 할지. 조금 막막하다. 오늘은 이런 운동을 했어요. 를 쓰고 스티커 붙이기를 해야 하나. 그런데 이거는 왠지 너무 간단해 민망할 듯하다. 나름 다이어리 꾸미기인데. 아니면 동작에 대한 것을 기록해야 하나. 그런데 동작이 어디에 좋은지 설명을 들었던가. 왜 기억에 없을까. 아닌데 분명 들었는데.
이쁜 발레빠. 알록달록 미러볼~^^
선생님은 설명했으나. 귀에도 들어왔으나. 슝-하고 날아간 거다. 뇌에는 기억저장소가 있으나. 쓰이질 않나 보다. 아니다, 뇌에 저장되지 않는 게 정상일 수도 있다. 기초체력이 바닥인 사람의 뇌에 고급 설명을 꽉 박히게 한다. 음…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운동을 하고 있으면 숨차고, 몸은 무겁고, 근육은 쥐 나고 아픈데. 귀가 열릴 리가 없다. 뇌에 저장이 될 리가 없다. 줌바는 음악에 맞춰 동작을 따라 하느냐고 정신이 없다. 발레핏은 얼마 없는 코어근육과 틀어진 골반이 선물해 준. 아주 꽝인 밸런스로 몸이 흔들거려 역시 정신이 없다. 1초와 10초의 간격이 너무 길어서 눈을 질끈 감는 수준의 체력인데. 들었어도 안 들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래도 이건 코어에 좋은 운동이구나. 등에 좋구나. 팔과 다리에 좋구나. 이 정도는 인지를 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기록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뭐, 교재를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 어쩔 수 없다. 도망도 못 간다. 일단 시작하는 거다. 다꾸도 하고 글도 쓰자. 월요일 운동다꾸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다꾸를 하겠다고 거실 책상 한쪽에 자리도 마련했다. 스티커 정리함까지 마련한 상태다. 컷팅기도 있다. 혹시 몰라 빈티지 메모지도 사놓았다. 아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의욕과 흥분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일단 딸아이가 모아둔 스티커를 다 꺼내본다. 음, 망했다. 너무 귀염귀염하다. 초등 여학생에게 딱 맞는 스티커들이 많다. 서일페(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서 산 캐릭터 스티커도 있구나. 나는 운동다꾸인데. 이거 난감하다. 발레핏과 줌바 스티커가 존재하기는 할까. 아니, 근데 운동 다꾸를 한다면서 빈티지 메모지는 왜 샀을까. 안 맞는다. 콘셉트와 집에 있는 스티커가 맞질 않는다. 끙-.
초딩초딩한 스티커들. 버터보자. 버틸 수 있겠지? ;;
준비성 제로인 티를 이렇게 내는구나. 준비성은 없어도. 임기응변은 있을 것이다. 우선 발레빠를 표현해 봐야겠다. 얇은 마스킹테이프를 샀으니. 써야겠지. 발레빠는 흰색이지만 주황색으로 바꿔본다. 메모지를 찢어서 붙이던데. 따라서 해본다. 그래 여기까진 괜찮다. 근데 발레빠 앞에서 운동하는 내 모습이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할만한 것이 없다. 진짜 없다. 독서하는 여자 스티커, 쇼핑하는 여자 스티커, 그냥 여자 얼굴 스티커는 있다. 왜 없을까 운동하는 여자 스티커는. 역시 첫날부터 쉽지 않구나. 고민하다 결국 그. 냥. 곰. 돌. 이. 스티커를 붙였다. 앉아서 눈 감은 곰돌이다. 힘들어서 쉬는 콘셉트로 가야겠다. 메모지에 힘들다는문장을 썼다. 빗방울 눈물도 붙였다. 왠지 허전해 별도 2개 붙였다. 뭐 썩 좋지는 않지만. 또 완전 꽝도 아니다.
발레핏하는 곰. 어쩔 수 없다.
운동다꾸 별거 아니다. 스티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가다. 물론 그날 하고 싶은 말에 어울리는 스티커가, 메모지가 있으면 좋겠지만. 첫날이니. 눈 감고 넘어가야겠다. 일단 포장을 잘하면 되겠지. 중요한 건. 표현이다. 그래서 둘째날 다꾸는 줌바를 할 때 느끼는 즐거움에 대해서 표현했다. 하늘하트 스티커와 음표 스티커를 붙였다. 참, 아이스아메리카와 미러볼도 알록달록하게 그렸다. 이렇게 하면 되네. 뿌듯해졌다. 셋째 날 발레핏과 넷째 날 줌바 다꾸도 괜찮았다. 세상에 이제는 공간 분할도 한다. 이거 이거 다꾸 재미있다. 다섯 째날은 다꾸때문에 집에서 폼롤러로 스트레칭도 했다. 훗, 이거 일석이조다. 다꾸를 하고 싶어 운동을 하게 되는. 아주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초보 다꾸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주말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뭐 가끔 걷을 때도 있지만. 칼바람이 부는 겨울에 걷기는 쉽지 않다. 음. 디스크 핑계를 대면 좀 그럴까. 그러면 관절염은 어떨까. 아! 고민이다. 주말에도 운동다꾸를 해야 할까. 말까. 다꾸는 하고 싶지만. 주말운동은 하기 싫은 데. 어. 찌. 해. 야. 할. 가.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