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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Feb 03. 2024

운동다꾸 기록 7주_여행지에서 운동 다꾸 go~~?

운동다꾸로 뭐가 달라질까?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다꾸를 하는
낭만을 꿈꿨다.

그래, 꿈이 그렇지
잡힐 듯한데
잡히지 않지.

그런데, 꿈이 그렇지
잡히지 않아도
다시, 꾸지

그게 꿈이지.




이번 여행의 미션은 최소한의 짐이었다. 빼고, 빼고, 뺐다. 그러다 마지막에 망설였다. 다꾸 용품을 넣어 말어. 으윽. 인생 최대의 고민이다. 여행지에서 읽을 책은 고민 없이 아니, 한 이십 분 정도 고민하고 결정을 했지만, 여행지에서 다꾸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고민만 약 1시간. 스티커를 들었다 놓았다. 다른 스티커를 들었다 놓았다. 마스킹 테이프를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다섯 개…. 아니야, 다시 한 개, 두 개, 세 개…. 다꾸 다이어리를 이것저것, 요것조것, 골라보고 펼쳐보고 무게를 가늠해 보다. 머리에 쥐 날 뻔했다. 제발 누군가 선택해 줘. 으악~. 머릿속 말이 입 밖으로 나와. 비명을 지르기 직전이었다. 그때 다행히 생각났다. 맞다, 이번에 새로 산 다꾸 스티커 세트가 있었지. 급 웃는 얼굴이 되어 안방으로 후다닥 달려간다. 역시 세트가 최고야.



고민을 해결해준 다꾸세트(+기타)에요.~^^


오호라, 여기에 다 있네. 다 있어. 다꾸 다이어리도 있지만. 무거워 보이니 다이어리만 다른 것으로 바꿔가야지. 드디어 크게 마음먹고 리어로 가던 중에 급 멈췄다. 아니야. 이 스티커를 다 쓰기는 힘들지. 순간 얼마 전에 본 유튜브 다꾸영상이 떠올랐다. 고수 다꾸러는 카페에 갈 때 필요한 스티커나 마테(마스킹 테이프)를 스티커 보관 파일에 붙여서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나간다고 했다. 오, 역시 현명한 고수님들이다. 배울 건 배우고, 따라 해 볼 건 따라 해봐야 한다. 그래야, 찐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 하지만 초보 다꾸러에게는 스티커 보관 파일이 없다. 없으면 어때. 다이어리에 지퍼 수납공간이 있으니. 괜찮다. 필요한 것을 몽땅 다 넣으면 되겠지. 배경지 넣고, TO DO LIST 종이도 넣었다. 좋아. 다음은 꾸미기 스티커 넣고, 벚꽃 스티커도 이쁘게 가위로 잘라서 넣어야 한다. 겨울이라 꽃은 없겠지만, 그냥 붙이면 되지 뭐. 마지막으로 마테는 신중하게 다른 크기로 두 개를 넣고, 선물 받은 삼색펜도 넣었다. 일본 문구에 가면 또 살 테니. 가볍게 가지고 가도 괜찮을 거라며 혼자 뿌듯하게 다꾸 짐을 챙겼다. 이제 다꾸 짐은 끝~! 끝?



가방에 항상 들어있던 다이어리와 다꾸재료.~;


미안, 도저히 가볍게 갈 수가 없구나. 너무 아쉬워서 떠나기 전 마지막 짐을 확인할 때 캐리어에 다꾸 용품 케이스와 다꾸 세트(다른 스티커 꾸러미도 들어간)를 넣었다. 혼자 괜히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지기 직전이었다. 흐흐흐. 이상한 웃음소리도 흘러나왔다.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괜찮다. 옷을 많이 뺏으니깐. 일본 가서 옷은 조금만 사지 뭐. 안 사도 되고. 히히히, 이게 뭐라고 이리도 즐겁고 웃긴 걸까.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작전. ‘정말?’ 이런 궁금증이 생기셨지요. 네, 눈 가리고 아웅이예요. 남편은 알았겠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포기한듯해요. 남편이 말하지 않았으니. 모른 척(포기) 해주었으니. 비밀이 맞는 걸로 우겨볼게요. 드디어 꿈꾸던 여행 운동다꾸 아니, 운동다꾸 가면을 쓴 여행 다꾸를 할 수 있겠구나. 떠나는 걸음걸음 꽃을 뿌려주는구나. 위 증즐가 다꾸성대. 이렇게 운동다꾸 콘셉트를 무시한 다꾸세트를 챙겨서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더 신나는 일은 여행 1일에 다꾸 쇼핑을 했다는 거다. 그리고 중간에 한 번 더. 일본에 왔으니 스티커도 일본스러운 것으로 고르려 했다. 바구니 가득가득 다꾸 스티커와 볼펜, 마스킹 테이프를 담고 싶었다. 하지만 후들후들 여행경비는 정해져 있기에 적당히 담았다. 아쉬운 듯 담아야 다음에 또 사고 싶을 테니깐. 마스킹 테이프는 사지 않았다. 이유는 일본맛이 나는 것이 없었다. 살까? 싶은 건 있었지만 역시 가격이 후들후들. 열심히 일해야겠다. 그래도 정말 갖고 싶었던 가위와 필요한 0.3cm 볼펜 세트를 샀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드디어 여행 다꾸를 하면 된다. 하면 되는데…. 인생 참.



일본에서 구입한 다꾸~~~ 재료들. 소소하다.


걷고, 걷고, 걷다가 먹고. 먹고, 먹고, 먹다가 걷고. 카페는 언제 가나요? 카페에 가야 다꾸를 하지요. 인생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네. 여행 첫날이 브런치 발행일이라. 정신없이 마감하고, 드디어 숙소에서 일기를 쓰고 스티커를 꺼내려했다. 하지만 스티커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그냥 잤다. 그래, 첫날이니깐. 그래도 스티커 붙일 공간은 남겨 놓았으니 내일 해야지. 이런 귀여운 생각을 하면서 곯아떨어졌다. 여행 2일에 카페에 갔었다. 하지만 그날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 있어 다꾸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그래,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읽고 숙소에 가서 하자. 마음을 먹었으나. 도루묵. 나의 로망 여행다꾸에 비상이 걸렸다. 매일 숙소를 나갈 때마다 다꾸재료와 다이어리를 챙겼지만 일정이 꼬이고 꼬이다 보니. 가방에 조용히 있다가 다시 숙소에 와서 얼굴을 보여준다. 숙소에서 겨우 보게 된 다꾸들이지만 지치고 졸려서 그냥 잔다. 흑흑 다꾸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비까지 오니 발목, 무릎, 허리, 손목. 다 쑤신다. 이미 다꾸 생각은 떠나가버렸다.


다꾸는 무슨.. 첫날은 쓰기 바빴고, 여행내내 읽기 바빴다. ;;


집에 가면 병원과 한의원에 가야지. 관절염약과 관절염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지. 에잇, 살 빼야지. 발목 운동 해야지. 코어운동 해야지. 온통 통증과 운동이 뇌를 점령했다. 다꾸가 뭔가요? 다 꾸며낸 꿈인가요? 리어 한쪽에 자리 잡았던 다꾸스티커 세트가 날 째려본다. 미안, 미안하니깐 그 옆에 다꾸 용품을 넣어줄게. 미안, 아직도 화났니. 그러면 새로 산 스티커도 자리를 옮겨서 옆에 넣을게. 정말 미안.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집에 가서 사진 찍은 걸 보면서 여행다꾸를 해볼 께. 아직 초보티가 많이 나지. 집에 가면 하드 트레이닝을 해볼게. 주말마다 미니 여행다꾸를 해보면 다음에는 좀 좋아지겠지. 이제 그만 리어에서 코~ 자거라. 마음이 아프지만 바이바이.


진통제와 물파스(?). 휴족을 샀어요. ;;



여행 마지막날까지
가방 안에서
빼지 못한 것은?

책과
다이어리였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가방 안에
생존한 것은?

첫날
인천공항 서점에서 산
책 한 권이었어요.



인천공항 서점에서 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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