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링왁스를 아시나요? 해리포터 영화에서 편지봉투를 봉할 때 쓰던 빨간 것이 바로 실링왁스예요. 16세기부터 유럽에서 사용했어요. 중세시대 때 촛농을 떨어트린 다음 반지에 새겨진 가문의 인장 등으로 찍어 눌렀데요. 초기의 왁스는 무색이었는데 붉은색이나 주홍색으로 물들이기도 했데요. 이 실링왁스를 요즘은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저도 관심을 두었지요. 너무 이쁘거든요. 또 뭔가 우아해 보이고 신비로워 보이거든요. 하지만 바로 재료를 구입하지는 못하고 탐색만 했었어요. 태국에 여행을 갔을 때도 살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그냥 왔거든요. 그러다 작년 6월에 실링왁스 입문 세트를 사버렸지요. 눈 딱 감고요. 역시 세트 구성의 힘이 컸어요. 딸아이에게 실랑왁스 샀다고 고백을 하고는 둘이서 엄청 만들었지요. 신나게요. 실링왁스 색을 조합해서 녹이고, 도장을 찍고를 무한 반복했었어요. 지금은 살짝 내려놓은 상태지만. 진짜로 열심히 만들어 놓았지요.
실링왁스 재미있어요.~^^
근데 왜 갑자기 실링왁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신가요? 그거는요. 다이어리 꾸미기(다꾸)와 실링왁스는 짝꿍이거든요. 실링왁스를 찍고 다이어리 꾸미기. 이보다 어울리는 조합이 없어요. 실링왁스 하나가 다꾸의 품격을 올려준답니다. 진짜예요. 그런데 제가 운동다꾸를 시작할 때 실링왁스를 생각하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운동다꾸 연재도 급발진으로 한 거라서…. 처음 운동다꾸를 한 것을 보면 그냥 덮어버리고 싶어요. 다꾸의 기본 개념은 가출했고요. 아니다, 아예 없었고요. 또, 초등 언니가 모아놓았던 스티커로 시작을 해서 저의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었어요. 귀요미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하고 싶었던 다꾸는 귀요미가 아니었거든요. 하하하.
그런데 오늘. 언제나 그렇듯이 불현듯 저의 뇌에 실링왁스가 팍 하고 들어왔어요. 운동기록을 써놓기는 했는데 다꾸를 바로 하지는 못해서 재료를 다 꺼내놓고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휴,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기 전에 공간을 어떻게 나눌지, 어떤 분위기로 할지, 배치는 어떻게 할지를 먼저 정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조금 바쁘다 보니. 아주 조금이요…. 글부터 아주 정직하게 가운 데다가 써버렸지 뭐예요. 이 다꾸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정말 답이 안 나왔어요. 계속 어쩌지, 어쩌지, 이거 어쩌지라고만 말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겨우 온라인 다꾸수업을 보고 살려보자 싶었지요. 다행히 힌트를 얻었어요.
비어있는 다이어리 초라해보이네요. 다꾸 영상보며 배우는중~
바로 색감을 통일하는 거예요. 톤온톤으로 디자인을 하는 거지요. 꾸밀 스티커를 선택했으면 그 스티커의 색감을 기본 색상으로 해서 동일 색상 내에서 톤의 차이를 두어 배색을 하고 다꾸를 꾸미는 거예요. 바로 메인 배경지를 골랐어요. 일본에서 사 온 차분한 블루계열의 바다가 주제인 종이예요. 메인 색감이 나오니 마스킹 테이프도 쉽게 고를 수 있었어요. 여기까진 정말 빠르게 선택할 수 있었어요. 문제는 이 배경지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이게 문제였어요. 디자인 감각이 뛰어났더라면 휙, 휘릭, 쓱, 쓰윽. 쉽게 했을 텐데. 종이를 찢어서 이리저리 옮겨보는데. 아니 왜, 어째서 이렇게 촌스러울까요? 겨우겨우 배치를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 큰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어요. 다이어리에 그려져 있던 분홍색 그림이 자꾸 보기 싫은 거예요. 톤온톤에서 벗어난 핑크 드럼 세탁기 그림. 정말 이상하겠지요. 휴…. 참 신기하지요. 시작할 때는 보이지도 않던 그림인데. 마무리를 하려니깐. 자꾸 거슬리네요. 어떻게 살린 다꾸인데. 이걸 그냥 둘 수는 없지요. 없어요. 절대로요.
결국 종이를 여러 가지 크기로 찢어서 가려보고. 톤온톤에 어울리는 이쁜 종이를 위에 올려도 보고. 위치를 살짝 바꿔도 보고. 한참을 머리를 굴려가며 끙끙거렸지 뭐예요. 끝까지 쉽게 되는 게 없네요. 항상 마지막에 허들 하나가 있어요. 하긴 다꾸초자에겐 모든 게 다 허들이긴 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허들이 있으니 넘을 수밖에 없지요. 에잇. 그냥 넘으면 되지요. 허들에 살짝 걸려도, 허들이 흔들리거나 넘어져도 넘어간 거니깐. 또, 넘긴 허들을 보면 또 기분이 좋잖아요. 크- 이 맛에 하는 거지. 혼자 뿌듯해지고요. 마음에 들지 않던 그림을 보이지 않게 하고 나니깐. 크~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딱 하나만 빼고요. 이상하게 눈에 쨍하고 띄는 것이 없어 허전하더라고요. 임팩트가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가 생각난 게 바로. 정답. 실링왁스예요. 만들어 놓은 실링왁스를 꺼내서 다꾸 색감과 맞는 것을 막 찾았어요.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요. 많이 만들어 놓지는 않았거든요. 다행히 어울리는 색감의 실링왁스를 찾았지 뭐예요. 훗훗. 다시 한번 느꼈어요. 잠시 스쳐가는 취미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요.
주말에 더 만들어야겠어요.~~^^
결국 실링왁스를 양면테이프로 붙이고 운동다꾸를 완성했어요. 다행이지요. 덕분에 수월하게 끝났으니깐요. 글을 쓸 수 있게 소재도 주었으니깐요. 딸아이가 보더니 한 마디 했어요. 이쁘데요. 아직 다꾸 고수는 아니지만 뿌듯해요. 이제 운동만 잘하면 돼요. 게으름에 빠져서 자꾸 반성 운동 다꾸로 바뀌고 있어요. 승모근은 두껍게 뭉쳐있고요. 장요근은 말도 못 하게 타이트해서 몸이 힘들어요. 다음 주 글은 운동 진짜 열심히 했다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