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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Oct 18. 2024

2–12. 링 위에서 발이 느려도 괜찮아! 곧...

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2


복싱일지:24.10.17. 목


관장님의
민트색 미트가
계속~~
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할 거라.
ㅎㅎ;



너무 엉망이었다. 링 위에서 미트 연습을 하는 뭐 하나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펀치가 이렇게 엉망일 수도 있구나. 발이 어쩜 이렇게도 무거울까. 좀 움직여라. 제발. 아주 속이 시끄러웠다. 링 위에서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아직 1세트도 끝나지 않은 상태인데 이렇게 엉망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잠시 글러브를 낀 손을 툭툭 털어보고, 숨을 크게 쉬어보았다. “어깨에 힘을 빼고 천천히 하세요.” “팔을 끝까지 뻗으세요.” “발을 먼저 움직이세요.” 관장님의 피드백이 날라 온다. 이제는 진짜 집중을 해야 한다.


이때까진 좋았는데..ㅎㅎ


링 위에서는 복싱 스텝을 가볍게 하면서 상대방과의 거리를 맞추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복싱의 모든 것이 바로 이 스텝에서 나온다. 거리, 움직임, 공격, 방어를 잘하기 위해 가벼운 스텝은 필수이다. 그런데 그 기본이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집중력을 높여 페이스를 올리려고 발을 움직여 보았다. 눈에 힘을 팍! 하고 주기도 했다. 아! 될 듯 말 듯 말을 듣지 않는 나의 발. 고집이 너무 세다. 고집 센 발이지만 어떡하든 끌고 가야 한다. 두 손을 들고 포기하면 이것만큼 화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삑-. 다행이다 1세트가 끝나고 30초 휴식시간이다. 링 위를 천천히 걸으면서 자기 암시를 시작했다. “정신 차리자. 집중하자.” “이 놈의 발. 좀 움직이자.” 다음 세트에서는 제발 암시가 혹은 협박이 먹히길 바라며 숨을 쉬며 계속 걸었다.



삐익-. 2세트가 시작되었다. 민트색 미트를 잡고 있는 관장님의 눈빛이 보였다. 이번엔 집중을 해야 한다. ‘원투(잽/스트레이트)-쓱(피하고)-투’ 펀치 연습을 했다. ‘쓱’하고 피하려면 먼저 뒷발을 움직이고 바로 앞발도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몸의 위치가 바뀌고 다음 공격을 할 수 있다. 휴, 그런데 아직 박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마음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몸이다. 흥, 다르다면 같을 때까지 하면 되지.라고 관장님이 생각하시는 듯하다. 계속 ‘다시!’를 하신다. 무한 반복의 시작이 왔다. 발이 가볍게 움직일 때까지. 박자를 찾을 때까지 민트색 미트가 내 눈앞에서 계속 움직였다. 그 결과는?


링 위 미트 운동 끝나고 샌드백 운동하려했지만..힘들어서 짐챙겨요.~~;


찾았다. 박자를 찾고 말았다. 관장님의 빠른 템포를 놓치지 않았다. 내 발이 가볍고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내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괴성도 한몫을 했다. 펀치가 퍽퍽. 아주 찰지게 터졌다. 그래 포기하지 않으니 이런 펀치소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관장님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미트를 잡아주셨기에 가능했다. 단지 너무 힘들어 죽겠는 것이 함정이다. 뭐. 이런 함정이라면 기꺼이 빠져줄 수 있다. 부디 내일도 발이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마지막 딱 한 번의 펀치가 기분 좋게 끝났으면 한다. 그러니 관장님 내일도 '다시'를 부탁드립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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