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힘든 날이 지나가면 이상하게도 갑자기 시간이 안 간다. 이게 육아에 적응했다는 신호인 것 같다. 엄마가 성장했다는 증거다. 이렇게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아기를 낳고 새롭고 강렬한 고통을 겪으면서 새롭고 강렬한 행복 또한 따라온다. 처녀 시절의 나는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거창한 꿈을 좇으며 행복을 찾았다면, 애엄마인 나는 매일 비슷한 하루에서 오는 안정감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변화와 소소한 행복을 더 추구하게 된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새로운 종류의 행복을 알게 되었다.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내가 점점 옅어지는데도 좋은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던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인지도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기가 삶에 던지는 의미는 어마어마한 것 같다.
아기로 인해 이전의 내가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껍질을 벗고 업그레이드된 나로 새로 태어나는 마법을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아이가 커감에 따라 계속해서 진화할 나 자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