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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obanker Aug 03. 2024

D+264)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들

나와 반대라서 끌렸고 나의 좁은 세상이 그의 세상과 합쳐져 넓어졌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이에 관한 것까지 추가되니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부모의 수많은 의견차이에도 한 가지 같은 것이 있다면, 딸아이에게 좋은 것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부모 마음과는 달리 아기는 엄마아빠의 단점을 참 많이도 물려받았다. 부모 마음에 내가 고생했던 것 때문에 아기가 힘들어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긴 하다. 한편 부모가 겪었고 겪고 있는 것들이기에 대처가 빠르고 효율적이다.
아기는 나만 닮은 게 아니라 남편도 많이 닮았다. 아기를 키우면서 남편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요즘에는 참 바쁘다. 원래 공부했던 것들도 다시 기초부터 차근차근 왜?라는 질문을 해 가면서 공부하게 된다. 아기가 크면 이렇게 설명해 줘야지, 저렇게 설명해 줘야지, 하면서 더 열심히 파고들게 된다.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오늘도 설렌다. 물론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들도 이미 아기는 많이 물려받은 채로 태어났지만, 앞으로 해줄 수 있는 유무형의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결혼하기 전에는 미리 육아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이 사람하고 아기를 낳고 살면 행복할 것 같아 결혼했다. 임신했을 때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두 사람의 육아관뿐만 아니라 인생관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에 깜짝 놀랐었다. 나는 혹시나 아기에게 자폐가 있다면 어떻게든 엄마가 일찍 발견해서 성심껏 케어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해외로 보내야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국공립 어린이집이 좋다고 말하자 남편은 내 복직과 여러 상황에 맞춰서 어린이집을 정하자고 했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주제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반대라서 끌렸고 나의 좁은 세상이 그의 세상과 합쳐져 넓어졌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이에 관한 것까지 추가되니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부모의 수많은 의견차이에도 한 가지 같은 것이 있다면, 딸아이에게 좋은 것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부부 모두 아기에게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 불필요한 약을 최대한 안 쓰면서 키우고 싶다. 편향된 역사관이나 가치관을 갖지 않게 하고 싶다. 책상머리 공부보다는 세상물정에 밝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 성공에 집착하는 아이보다 마음에 온화함과 여유가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사소한 것들로 의견 차이가 있을 때마다 이 점을 상기하려고 한다.


이런 부모 마음과는 달리 아기는 엄마아빠의 단점을 참 많이도 물려받았다. 나는 비염있고 남편은 알러지가 있는데 그 결과인지 아기에게 비염과 아토피가 있다. 부모 마음에 내가 고생했던 것 때문에 아기가 힘들어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긴 하다. 내가 비염을 달고 살아서 잘 알기에 아기에게는 감기도 코감기로 오고 잘 때 코가 잘 막히는 걸 보면 무척이나 안쓰럽다. 새로운 식재료를 먹일 때마다 피부가 뒤집히는 아를 보며 아무거나 막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한편 부모가 겪었고 겪고 있는 것들이기에 대처가 빠르고 효율적이다. 아기 코가 막히는 느낌이 나면 나는 벌써 수면조끼에 가디건으로 아기를 무장시키고 에어컨 제습모드를 돌리며 식염수와 네블라이저 콧물흡입기를 준비해 놓고 잠든다. 새벽에 아기가 깨면 네블라이저와 콧물흡입기로 5분 만에 해결하고 다시 재울 수가 있다. 우리는 성인이라 못 먹는 음식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아기가 알러지를 물려받았을까 봐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닭고기보다 돼지고기가 잘 맞고 오이과 채소나 과일이 안 맞는다고 했던 걸 기억하고 이유식을 할 때 더 조심하게 된다.


아기는 나만 닮은 게 아니라 남편도 많이 닮았다. 아기를 키우면서 남편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남편은 피부가 건조해서 화장품을 이것저것 사모은다. 내가 봤을 때는 다 비슷비슷하고 쓸데없는 지출인데 남편은 이것저것 쓰면서 좀 낫다고 느끼나 보다. 그런 남편에게 그만 좀 사라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아기 아토피를 케어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발라줘 본 로션이 스무 가지가 넘는다. 그중에 분명 맞는 게 하나 있었다. 문득 남편에게 잔소리했던 게 미안해진다. 남편은 누가 얼굴 만지는 걸 싫어한다. 아기가 코감기를 달고 살아서 콧물을 닦아주거나 콧물흡입기로 코를 빼 줘야 하는데 너무 싫어서 매번 고개도 휙휙 돌려 피하고 자지러지게 울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남편과 똑 닮은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요즘에는 참 바쁘다. 기존에 알던 지식을 다시 공부할 필요성을 느껴서다. 원래 공부했던 것들도 다시 기초부터 차근차근 왜?라는 질문을 해 가면서 공부하게 된다. 아기가 크면 이렇게 설명해 줘야지, 저렇게 설명해 줘야지, 하면서 더 열심히 파고들게 된다. 책으로 접했던 이론들이 정치적으로 쏠린 건 없었는지 다시 사상점검도 해 보고, 남편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 본다. 살면서 느꼈던 것에 대해서도 아기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알려줘야 할지 슬슬 고민이 된다. 요리를 못하는 나지만 아기 이유식을 진행하면서 통과한 재료가 별로 없어서 아토피와 식이알러지 관련 공부도 깊이 있게 해야 한다.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오늘도 설렌다. 물론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들도 이미 아기는 많이 물려받은 채로 태어났지만, 앞으로 해줄 수 있는 유무형의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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