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서울의 핫플
청와대는 2022년 5월 9일까지 사용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입니다. 19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여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안전과 경호 등 현실적 어려움이 끊임없이 거론되었고, 결국 2019년 1월 청와대는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보류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는 20대 대선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2022년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당시,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큰 이슈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었어요. 새 정부 5년의 국정 방향성을 두고 치열한 정책 논쟁이 벌어져야 할 시기였지만, 새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느냐 마느냐, 안 들어가면 어디로 가느냐를 따지느라 연일 언론이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려의 남경
청와대를 포함한 그 일대가 역사의 전면에 나타난 것은 고려 시대입니다. 고려는 성종成宗(고려 제6대 왕, 재위 981~997) 때 수도인 개경開京과 경주의 동경東京, 평양의 서경西京을 합하여 삼경三京이라 칭했어요. 그 뒤 문종文宗(고려 제11대 왕, 재위 1046~1083)이 동경 대신에 지금의 서울 지역에 남경南京을 설치하고 이궁離宮을 건설하였는데, 그 위치가 지금의 청와대 부근으로 추정됩니다.
익히 알려진 것과 같이 통일신라 말·고려 초에는 산세山勢·지세地勢·수세水勢 등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풍수지리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문종이 서경을 설치한 것 역시 지리도참설에 따라 삼각산 아래 지역이 제왕의 도읍이 될 만하다는 이유에서였어요. 그 뒤 잠시 폐지되었던 남경은 숙종肅宗(고려 제15대 왕, 재위 1095~1105) 때 다시 설치되어 숙종 이후 여러 왕들이 자주 행차하여 머물다 돌아갔습니다.
경복궁의 후원
조선 건국 후 새로운 궁궐터를 위해 한양漢陽을 둘러본 정도전·권중화 등은 태조太祖(조선 제1대 왕, 재위 1392~1398)에게 고려 숙종 때의 옛 궁궐터는 너무 좁으니 그 남쪽에 궁궐을 지어야 한다고 보고합니다. 그렇게 지금의 청와대 자리에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간 평지에 지어진 조선의 정궁이 경복궁이죠. 지금의 청와대 일대는 왕과 신하들의 회맹의식이 개최되는 장소로 활용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불탄 뒤로 긴 시간 방치되던 청와대 자리는, 1868년 고종高宗(조선 제26대 왕, 재위 1863~1907) 때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경무대景武臺라는 이름의 후원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청와대 이전 대통령의 관저 이름으로 익히 알려진 ‘경무대’라는 명칭이 이때 처음 생겼으며, 경무대에 들어선 경복궁의 부속 전각만도 32동이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 총독의 관사
일제는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합한 뒤 경복궁을 조직적으로 파괴했습니다. 경복궁에서 각종 박람회와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여 몇 채의 큰 건물을 제외한 많은 건물을 헐어버리고 전시장을 만들어 버리죠. 일제는 조선의 정궁을 철저히 파괴함으로써 조선의 혼을 깡그리 말살하려 했습니다.
일제는 경복궁 근정전 앞에 총독부 청사를 세우고, 1939년 경복궁의 후원인 경무대에 총독 관저를 새로 지었습니다. 기와는 애초에 청기와가 아니었으나, 보천교普天敎(증산교 계열의 종교)의 대웅전을 헐고 가져온 청기와를 경무대 지붕에 얹었다고 해요. 7~9대까지 세 명의 조선총독이 경무대를 사용했고, 해방 후에는 미 군정의 하지Hodge사령관이 관저로 사용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
대한민국 수립 후에도 경무대는 최고 권력자의 관저로 사용되었습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조선 총독의 관저였던 이곳으로 대통령 관저를 옮겼고, 이승만 대통령 하야 후 출범한 제2공화국에서 ‘경무대’라는 이름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자 선택한 것이 ‘푸른 기와집’이란 뜻의 청와대靑瓦臺였습니다.
청와대에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까지 총 12명의 대통령이 머물며 국정을 운영했어요.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청와대 본관 건물은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신축한 것으로, 총독 관저로 이용되었던 구 본관 건물은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의 일환으로 철거됐습니다.
이제는 서울의 핫플
지난 2월 10일 설날 기준, 청와대 누적 관람객이 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2023년 5월 10일 개방 이후 1년 9개월 만이라고 하네요. 대한민국 국정 운영의 중심이었던 곳이 이제는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완전히 탈바꿈했네요.
며칠 전 청와대 관리가 부실하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시설 유지·관리를 위해 약 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여러 곳에 하자가 방치된 상태라고 해요. 이제는 국민 모두가 청와대의 주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유산이 제대로 관리되는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