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
친절한 사람들과 싱그러운 공원
낮에는 적당히 덥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날씨와 비가 오지 않아 예보를 확인할 필요
없는 요즘 리마
길을 나가면 여기저기 개밀도 높은 거리
그러나 잘 관리되고 훈련되어 짖거나 다른사람
에게 오지 않고, 서로 배려하며 지나다니는
사람들
운전이 험하다하여 걱정했는데
길을 건너라며 멈춰 세워 수신호 보내주는
수많은 운전자들 심지어 먼저 가라고 서로
수신호하다가 내가 져서 먼저 가며 인사하고
여기 저기 그라시아스를 미소와 꽃잎뿌리듯
뿌려대는 사람들과 우리들
나름 몇번 간 카페에 기웃거리면
산타할아버지 닮은 사장님이 너희 가족
이 쪽으로 방금 지나갔어 하고 길을 가르쳐
주는 친절함
길을 물으면 단 한명의 패스도 없이 옆사람까지
합심해서 가르쳐주는 사람들
색이 어여쁜 목소리 고운 새들과
두번 가서 아이스크림 샀다고 감사합니다를
연습해서 우리에게 인사하는 편의점 직원들
중국인이니? 아니 나는 한국인이야 라고
답하면 어 미안해 하며 다정하게 웃는 사람들
맛있는 과일들과 고기 채소들이 저렴하기도
해서 한국보다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
다양한 식재료에서 오는 새로운 감각들과
즐거움 경험들
그런데 화가 난다
무척이나 화가 난다
2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는데
심지어 난 입시 영어 강사인데
아직도 영어가 들쭉날쭉 한 내 모습에
일 하느라 여유 없고 피곤한거 너무 잘 알아서
무엇하나 부탁하기 힘든 남편에게
업무처리를 위해 감성이 사라져가는 모습에
그럼에도 이제 조금 컸다고 별 상관없다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이가 셋이라 첫째 아이 병원 둘째 아이 산책
셋째 아이 학교 정신없는 이 하루에
집은 넓어져도 붙어다니며 싸우고 시비걸며
노는 세 녀석들에게
고마운거 모르냐고 너희들 실컷 놀았으니
이제 공부좀 하라고 흔한 잔소리를 늘어놓는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는 하루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는 밤
집에 갈꺼라며 괜시리 서운함이 가득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