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페루 리마에서(36)

구덩이

by 윤메로나

작은 구덩이에 몸을 웅크리고

한껏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면

이 불편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을까


달팽이처럼 움찔하고 힘들때는

재빨리 몸을 피할 껍질이라도 있다면

다시금 졸졸졸 흐르는 맑은 물소리에

빼꼼 얼굴을 내밀어 안심할 수 있다면


연하고 연한 살을 꽈악 물린것처럼

피가 나도 저지할 사이 없이

그저 도망치고만 싶어


네 작은 영혼이 상쳐 받았음에

너의 큰 키와는 반대되는 그 작고 여린 것에

어찌할 줄 모르고 구덩이를 찾다 멈춘다


내가 이제야 보게 된 것을 그 손에 쥐어 줄 수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넣어 줄 수도 없지만

그저 미소지으며 기다릴 수 밖에

응원하고 있어 괜찮아 그렇게 느낄 수 있어

그러니 다시 웃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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