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페루 리마에서(35)

애증의 김치

by 윤메로나

"심지어 난 한국에서 김치를 먹지도 않던 사람인데

김치가 요즘 너무 맛있어요"

그렇다 주변에 이런 말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심지어 지난 주말에 잠시 낮잠자는 사이

말도 안되게 좋은 냄새가 창을 통해 들어왔다

주말이 되면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굽기도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고기와 어우러진 매콤한 김치

굽는 냄새에 세상에 무슨 요리를 누가 하는 거지

놀라서 거실로 나왔다

"뭐야 이건?"

"어 내가 구웠어"

첫째가 배가 고팠는지 고기와 김치를 구웠는데

이 냄새 였던 것이였다


외국 나오면 애국자가 된 다더니

브런치집을 검색하던 나는

한식을 매일 만들어 먹고

외국 아이들은 잼바른 토스트, 쿠키,젤리로 점심을

잘도 먹는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들려오는데

우리집 아이들은 재료가 뭐가 되었던

샌드위치로 끼니를 하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

한식으로 매일 아침 3개의 도시락을 싸지만

그래도 짜다 싱겁다 크게 말없이 잘 먹는 편인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왜,

페루에 단무지가 없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김치를 사먹자니 맛도 천차 만별이고 너무 헤퍼서

결국 매주, 혹은 일주일에 두어번 한포기 정도를

만들어 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김치를 알음알음 사먹던 외국인들은

'직접 만들어 먹는다'라는 말에 큰 관심을 보인다

결국 일본인들과 인도인과 미국인에게 만든 김치를

나눠 주고, 그들의 음식도 받아 감사히 먹곤 한다


겨우 한포기인데도 매번 만들기 귀찮다가도

사춘기 아이 조차 김치와 고기를 함께 구우면

살살 녹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워지는 마법의 음식이라

매번 만들 수 밖에 없게 된다


푹 익어, 아니 시어 빠진 김장김치는 여기서는

너무 귀한 음식이라

겨우 살짝 익은 김치를 가지고 김치찌개를

끓여야 한다

역시 깐깐한 첫째에겐 이맛이 아니라며

퇴짜를 맞았지만


이번주엔 백김치와 파김치를 만들어

나눠 먹을 생각을하니 좋아할 얼굴들이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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