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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Jun 12. 2024

미주신경성 실신(2)

알아차려도 쉬운 일이 아니다

1번 아저씨의 옆에 옆에 남편이 누워있었다

말하자면 3번인 셈이였다


남편은 나를 보고는 눈을 슬며시 뜨고 손가락을

조금 뻗어 잡아달라는 듯 움직였다

머리는 부분이 깎여있고 붕대가 감겨있었다

목에는 보호대가 있었다

남편은 가까이 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겨우 말을

했다 나는 울먹이면서 가까이 갔다 아기띠에

매달린 첫째도 같이 다가갔다


자기 교습소가면 창문열려있고 거기 담배랑

재떨이하던 컵있을꺼야 가서 치워줘 이제 안필꺼야


뭐?


오열하며 떨리던 몸은 순식간에 화로 휩싸였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아무것도 신경쓰지마

괜찮아 다 괜찮아 마음속에서 이런 말들은

꺼진 불씨처럼 힘을 잃었다 그저 화가 날 뿐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습소에서 공부한다

일한답시고 가서 담배를 폈다고?

담배가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아닌데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 화가 났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간사한 것이였다

그런 얼빠진 이야기를 하다니 괜찮은건가

안도감이 밀려 왔다


약간 긴장이 풀리는 순간

간호사에 의해 커튼이 열리고

바로 옆칸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작고 마르고 다크써클이 보라색 멍처럼 진하고

볼 아래까지 내려온 할머니셨다

눈을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헙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았더니 뇌의 부분이 없으셔서 머리가 움푹

들어가있는 분도 계셨다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거기에 남편이 있는것만으로 견딜 수

없었다 방금전까지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던 나는 다시 그 가운데에 서서 덜덜 떨면서

병실에서 남편을 꺼내야한다고 중얼거렸다

위기를 직면했을때 무너져 버린 나를

아기는 내 품에 안겨 울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온갖 검사를 하고 남편이 돌아온 건 며칠 뒤였다

그동안 병실에서 아프지말라며 이야기도 나누고

필요한것도 도왔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미주신경성 실신이요?

어렵게 의사를 만났다 선생님은 원인을 찾을 수

없으며 이런경우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병이 아닌

증상이라고 설명한다고 하셨다 분명 전조증상이

있고 어지러우면 자세를 낮추어 눕거나 머리에 피가 빨리 돌도록하면 나아진다고 말이다

그러나 보통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주저 앉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빨리 집에 가야지 하다가 이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셨다


현재로서는 명확한 약이 있는 것도 아니며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어지거나

목욕탕이나 화장실에서도

길 한복판에서도

어디든 전조증상이 있으면 즉각 판단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조심하면 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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