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후로 달라진 내 인생
내 인생을 돌이켜보며 스스로 만족하고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그런 순간이 있긴 할까. 정답은 없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다. ‘담배를 배우지 않았다.’로 적었다가 지웠다. 담배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이 학창 시절에 친구를 잘못 만나서, 동네 선배가 억지로 입에 물려서, 단순 호기심에 길에 떨어져 있는 걸 한 모금했는데 황홀함을 느껴서, 아빠가 피워서 등의 답을 내놓는다. 성인이 된 후에는 “군대에서 선임이 시켜서 그때 시작한 담배를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라는 답도 많이 들었다. 흡연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없다. 본인의 돈으로 직접 본인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굳이 하지 말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다. 나도 내 돈으로 각종 초콜릿 등 군것질 식품을 먹으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내가 초콜릿을 사 먹는다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흡연도 지정된 흡연 구역에서 그들끼리 담배 연기를 주고받으며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흡연 효과일 것이다. 문제는 길거리, 공원, 상가 입구 앞에서 사람들이 지나다님에도 서슴지 않고 빨아들였다가 내뿜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나 혼자 길을 다닐 때면 저 멀리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숨 한 번 크게 참고 지나가거나 앞사람이 연기를 내뿜는다면 얼른 앞 질러가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곤욕을 치른다. 담배 연기를 내가 다 흡입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아이들에게 “앞에 아저씨 담배 피운다. 숨 참고 얼른 지나가자.”라며 우리들이 황급히 달아나야 한다. 딸이 “아빠 담배 피우는 거 나쁜 거야?”라는 물음에 나는 “무조건 나쁜 거라기보다는 자기 돈으로 자기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넣는 거지. 저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다른 사람한테도 피해를 주기도 하고, 그럼 나쁜 건가?”라고 답해준다. 옆에 있던 아들이 딸과 함께 “아니, 그럼 나쁜 거지”라며 큰소리친다. “아니 아빠는 담배 피우지도 않는데 왜 아빠한테 그래?”라며 웃으며 말하면 아들이 “아빠, 우리는 담배 피우지 말자.”, “응 아빠는 담배를 피워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피우지 않을 거야.”라고 답한다. 담배 피우지 않길 정말 잘했다.
아빠한테 담배 논쟁으로 큰소리치는 아이들이 있으려면 일단 아이를 낳아야 한다. 소중한 아이들을 낳아준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이 어떻게 보면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내와 종종 이야기를 나눈다. “진짜 결혼 안 했으면 비트코인 넣다 뺐다 하다가 다 날리고, 회사나 다니고 있을까 싶네. 저렇게 예쁜 아들, 딸도 없었을 거고, 내 인생은 결혼하고부터 술술 풀렸어.”라며 감사의 표현을 한다. 다음 주면 결혼기념일 8주년이다. 아내와 결혼 후 8년의 세월 동안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 결혼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 지낸 날들이 많았다. 시간을 허비했다는 뜻이다. 결혼 후에는 가정에도 충실하고, 아이들 육아에도 시간을 쏟고, 개인 건강관리는 물론 직장 내 성과에도 신경을 쓰고자 노력했다. 간절하면 이루어짐을 직접 경험했다.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내 인생 모토인 ‘가화만사성’을 매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글쓰기, 달리기, 독서, 직장에서의 동료들과의 관계, 친구와의 만남에 모든 영향을 끼친다. 가정 분위기가 평안해야 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평온해진 마음은 얼굴에서도 티가 난다. 조금만 신경 쓸 일이 생기면 그날의 컨디션은 끝인 셈이다. 글을 쓸 때에도 잘 써지지 않는다. 혼자서 달릴 때에도 잡념이 떠오른다. 그런 날이 없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또 하나 잘한 것이 있다면 바로 달리기다. 혼자 달리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은 아내와 함께 호흡하며 달리는 것도 매력이 있다. 함께 달린다고 해놓고 같은 장소를 다른 페이스로 달리는 커플 혹은 부부가 있다고 한다. 물론 개인 운동도 중요하지만 아내와 함께 달릴 땐 아내의 페이스에 맞춰 대화를 나누며 달린다. 아내에게 달리기의 장점을 소개했고, 같이 달리자고 강요는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달리기 시작한 지 7개월가량 지난 시점에서 함께 달려주기 시작했고, 매일은 아니지만 최소 주 3회 정도는 함께 달리고 있다. 아내도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10km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1km 다음 3km, 5km 점진적으로 늘려나갔다. 함께 5km를 달린 날은 아내가 먼저 귀가하여 스트레칭을 하고, 나는 5km를 더 달리고 귀가한 적도 있다. 아내가 7km를 달린 날도 함께 7km를 달리고, 혼자서 3km를 더 달리고 왔다. 집 앞을 매일 달리다 보니 어느 정도 달리면 10km를 채울 수 있다는 거리 감각이 생겼다. 그렇게 아내와 3개월가량 달리고 난 뒤 2026년 2월 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전국 최초 실내런인 ‘인사이더런’ 10km 코스에 함께 신청했다. 겨울이지만 실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내와 인사이더런 2일 차에 참석했는데 내가 먼저 인사이더런 1일 차에도 아파트 입주민 분들과 다녀왔다. 추운 겨울에 편한 복장으로 땀 흘리며 킨텍스 전시장을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언제 또 맛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이틀 모두 접수한 셈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틀 모두 영하의 날씨에 야외 러닝을 했다면 움츠러든 상태에서 달릴 상황이었다. “뭐 또 일산까지 가서 달려? 그것도 같은 코스를 이틀 다 접수했어?”라는 말을 들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만족하면 된 것이고, 심지어 함께 달리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아내와 10km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뻤다. 작년 JTBC풀코스를 외롭게 혼자 다녀왔는데 그날 아침 속으로 ‘언젠가는 아내와 함께 무조건 달리기 대회 현장 분위기 즐기러 같이 온다.’라고 다짐했다. 비록 풀코스는 아니지만 함께 마라톤 대회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고, 이렇게 둘만 와도 좋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넷이서 종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이미 아이들과 포켓몬런제주 4km 대회, 대학생런 5km 대회 참가 경험이 있다.)
인사이더런은 실내런으로 겨울에 춥지 않게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무래도 타임별로 1,500명가량이 실내에서 함께 달리다 보니 답답함을 호소한 러너들도 있었다. 나는 입주민들과 함께한 1일 차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아내와 단둘이 다녀온 2일 차가 훨씬 기억에 남는다. 동네에서 연습 때에는 아내와 둘이서 5분대 페이스로 달린 적이 없었다. 조금 여유로운 페이스를 예상했는데 내가 잠시 착각했었다. 아내는 연습보다 실전에 훨씬 강한 타입이었다. 시작부터 페이스를 올리더니 결국 1시간 이내로 완주를 해버렸다. 속으로 ‘역시는 역시다.’를 거듭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중간에 두 번 급수대에 먼저 들어갔다가 물을 들고 나와서 아내에게 합류하여 물을 건네주었다. 아내의 달리는 모습을 수시로 촬영했다. 다행히 실내임에도 주로가 넓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여유롭게 달리며 촬영할 수 있었다. 이게 내 역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 함께 땀 흘리며 달려주는 아내가 고마웠고, 걷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 내는 아내의 모습이 멋있었다. 우리는 일찍이 3월 8일에 고양하프마라톤 하프코스까지 접수를 해놓은 상황이다. 얼마 남지 않은 고양하프마라톤 준비를 잘해서 인사이더런 10km를 완주해 냈듯이 하프코스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완주해 낼 것이다. 결혼하고 함께 인생을 설계해 나가듯 마라톤 대회도 10km, 하프코스도 함께하면 못해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풀코스 도전이 로망은 아니다. 풀코스를 달리며 느낀 성취감을 아내도 느껴봤으면 좋겠지만, 성취감 이전에 30km부터 올라오는 고통까지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다. 아내와는 10km,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대회 이벤트 등을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다가 아내가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면 그때 돼서 함께 풀코스를 준비하면 된다. 직접 달려봐서 느끼지만, 하프코스까지는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풀코스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은 건강에 무리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많은 풀코스를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차차 풀코스를 경험해 보고 기록을 남기다 보면 데이터가 쌓일 것이라 믿는다. 나부터가 체계적인 훈련 없이 매일 10km를 조깅하듯 천천히 달리다가 마라톤 대회 접수에 성공하면 다녀오는 수준이라서 달리기에 대해 전문적으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 조금 더 달려보고 난 뒤에 조심스레 입을 열고자 한다.
‘아마도 내가 잘한 것은?’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한 것, 달리기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아내도 함께 달리는 것, 평생 담배를 입에 물지 않은 것 정도이다. 잘한 것이 될 수도 있고, 감사한 것이 될 수도 있겠다. 조금 더 생각을 끄집어내면, 기억력의 한계를 이렇게 기록함으로써 남길 수 있는 것, 매일 다른 긴장감을 선사해 주는 사랑스러운 아들 가온이, 딸 라온이가 하루하루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잘한 일이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