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아빠가 그러니

아이러니

by 최승호

“아빠 손잡고 같이 뛰자.”, “아빠, 나랑 같이 뛰니까 힘나지?”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매일도 아니고 자주도 아니지만 ​​​가끔씩 달리면서 아들이 하는 말이다. “아빠, 오늘도 나랑 라온이 자는 동안 달리고 왔어? 또 10km? 아빠는 맨날 달려도 힘들지 않아?” 아빠를 걱정하던 아들은 매일 달리지 말라고 한다. 자기 옆에 누워서 더 자라며 온몸으로 나를 묶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 나도 1km 뛰어도 돼? 느려도 돼?”, “응, 아빠도 맨날 빠르게 달리지 않아. 그리고 1km만 달려도 돼. 충분해.” 매일 10km를 달리고 있으면서 아들에게는 1km면 충분하다고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빠의 달리기를 유심히 지켜보더니 1km, 1.5km, 2km, 3km를 종종 함께 달리고 있었다. 계속 달리는 날도 있고 천천히 달리는 날도 있고, 달리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는 날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게 무엇이든 엄마, 아빠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태권도장에서 줄넘기는 즐겨하지만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가끔 노는 수준인데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4km포켓몬런, 5km대학생런을 가족 달리기로 완주하고, 아들과는 둘이서 겨울 변산 앞바다를 달리며 꼬박 6km를 채웠다. 아침 바다를 가로지르며 달리고, 잠시 걷다가, 나중에는 업어주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면,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습득 능력과 관찰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실행력 또한 빠르다. 아무런 행위에 대해 빠른 실행 능력을 보일 필요가 없다.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옳고 바른 길을 가고 있다면 뒤따라오는 아이 또한 그대로 성장할 것이다. 올해 안에 아들과 함께 10km 코스를 완주하고 싶다.


아빠가 혼자서 매일 달리고 있으니 이제는 집에서도 하루 종일 달리기를 하지 않은 나에게 “언제쯤 달릴 거야? 내가 애들 보고 있을 테니까 달리고 와”라며 아내의 세심한 배려와 “아빠 딱 10km만 달리고 얼른 뛰고 와”라며 이제는 아빠를 놓아주고 기다려주는 아이들 덕분에 매일 10km 달리기를 이어갈 수 있다.


나 혼자 시작한 달리기가 지금은 아내도 달리고, 아들과도 종종 함께 달린다. 달리기만 시작했을 뿐인데 가족의 취미가 되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으면 좋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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