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비참함과 교만함 단어 사이에 조용히 숨어 있는 단어, 바로 '비교'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달리면서 생각해 냈다. 비참함은 비교에서 오고, 교만함 역시 비교에서 온다. 누군가보다 뒤처졌다고 느낄 때 우리는 비참해지고, 누군가보다 앞서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교만해진다. 비교는 우리를 이 두 극단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어댄다. 오늘날 우리는 비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SNS를 스크롤할 때마다 지인의 여행 사진, 남의 성과, 직장 동료의 승진 소식, 다른 가정의 행복한 순간들이 쏟아진다. 그 화면 속 빛나는 세계는 선별된 하이라이트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보는 우리의 눈은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나의 평범한 하루가 상대방의 빛나는 순간과 비교될 때, 자존감은 서서히 무너진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러닝 앱을 켰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내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앱의 피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누가 20km를 달렸고, 누가 서브-3를 달성했고, 누군가 나보다 훨씬 빠른 기록으로 같은 코스를 완주했다는 내용들을 본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뿌듯했던 마음이 스크롤 몇 번에 쪼그라들었다. 10km를 완주했다는 기쁨은 잠깐이었다. 저 사람은 같은 시간에 15km를 달렸네. 내 페이스는 아직도 한참 느리구나. 어느새 달리기는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타인과 경쟁하는 무대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내가 직접 선택한 경쟁이 아닌,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 경쟁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달리는가.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보면, 거기엔 기록도 없었고 순위도 없었다. 그냥 달리고 싶었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편하게 달리고 싶었다. 비교대상을 상대방이 아닌 어제의 나로 바꾸기로 했다. 1km도 헉헉 대며 뛰지 못했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 기준으로 보면, 나는 매일 놀라운 존재다. 오늘 10km를 달린 나는, 처음 300미터에서 숨이 찼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달리기는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길 위에서는 누구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옆 사람이 더 빠르게 지나쳐도, 그것은 그 사람의 달리기일 뿐이다. 나의 호흡, 나만의 발걸음, 나의 심박수. 이 모든 것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비교가 끼어들 틈이 없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길에서 달리고 있다. 인생의 레이스는 트랙 경기나 러닝 머신과 다르다. 같은 거리를, 같은 조건에서, 같은 날 출발한 사람들이 겨루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출발선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른 환경 속에서 달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고, 결승선에 먼저 도달한 사람만을 1등으로 치켜세우며 성공으로 여긴다. SNS 속 누군가의 빛나는 모습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의 오늘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그 사람의 하이라이트가 나의 일상을 덮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결과로 비쳤을 뿐이다. 나 역시, 내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 사람이다. 비교하지 않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꾸준히 살아가고 있는지 느끼는 순간이 온다. 반드시 온다. 어느 순간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비교를 내려놓으면 자유로워진다. 비참함도, 교만함도 모두 비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 두 감정의 힘이 약해진다. 나만의 페이스로 달리면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남의 속도에 맞추어 내 숨을 헐떡이지 않아도 된다. 나의 리듬으로, 나의 방향으로, 내가 선택한 길 위를 달리면 된다. 억지로 따라갈 필요도 없고, 강요할 필요도 없고, 비교할 필요도 없다. 오늘 운동화 끈을 묶고 밖으로 나섰다면 그것만으로도 잘한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 아니 더 나아지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120일째 달리는 사람과 오늘 처음 달리는 사람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둘 다 자신의 출발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비참함과 교만함 사이, 이 아홉 글자 안에 갇히지 말자. 비교의 습관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 발짝 자유로워진 것이다. 남과 나를 견주는 시선을 거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마주하는 순간, 삶은 진짜 내 것이 된다. 오늘도 나의 페이스로 달린다.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