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매일 달리기해요

금매달

by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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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8일 오전 8시 고양종합운동장 앞에서 2026년 고양하프마라톤 하프코스 출발 신호음과 동시에 총 15,000명이(하프코스 10,000명, 10km 코스 4,000명, 5km 1,000명) 순차적으로 출발했다. 2주 전에는 챌린지 레이스 풀코스에 혼자 다녀왔는데 오늘은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아내는 지난달 10km 첫 도전에 이어 오늘은 첫 하프코스 도전이었다. 5시 40분에 기상하여 가장 먼저 날씨부터 확인했다. 오전 8시 영하 2도, 오전 9시 영하 1도, 오전 10시 0도였다. 이른 아침부터 추위에 벌벌 떨면서 달리는데 굳이 얇게 입고 감기 걸릴 확률을 높일 것인지, 첫 하프코스 도전에 완주를 목표로 따뜻하게 달릴지 고민했다. 일단 당장 추우니 둘 다 따뜻하게 입고 나갔다.


마라톤 대회 현장에 도착했다. 7시가 조금 지났음에도 열기가 후끈했다. 주차 후 너무 추운 나머지 몸을 풀지 않고, 차에서 30분가량 대기했다. 둘이서 계속 어떻게 입고 달릴지 고민했다. 밖에 몸을 푸는 러너들을 보니 싱글렛에 반바지,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몸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벗고 뛸까? 그냥 패딩 입고 뛸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오늘은 완주가 목표니까 그냥 입고 뛰자!”로 합의를 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패딩을 입지 않고 가볍게 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오늘만큼은 아내와 함께 걷지 않고 완주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굳이 영하의 날씨에 얇게 입을 필요가 없었다. 아내와 함께 달리는 내내 “패딩 입고 달리길 잘했다.”라고 대만족 하며 달렸다. 중간에 “와 대박, 패딩을 입고 달리네.”라는 말도 몇 번 들었다. 바람막이를 입은 참가자들은 종종 보였으나 대부분이 대회용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달렸다. 패딩을 입고 달린 참가자는 아마도 아내와 나뿐이었다.


우리는 우리만의 페이스로 다른 참가자들이 추월해 가도 신경 쓰지 않고 달려 나갔다. 우리의 목표는 끝까지 걷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었다. 다른 러너들의 페이스를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02:00, 02:15 페이스메이커도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내가 하프코스 도전 전에 거리주 훈련을 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풀코스나 하프코스를 완주한 러너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아내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가량 되었으며, 매일 달리지도 못했고, 3주 전에 딱 한번 15km를 함께 달려봤을 뿐이다. 속으로는 ‘걸어서라도 완주하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아내에게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시작부터 몸이 가벼워 보였다. 일단 15km까지 달려본 경험이 있기에 15km까지만 무리 없이 달리면 페이스를 낮춰서라도 완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2시간 이내 완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부상 없이 끝까지 완주만 하자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8km 부근에서 에너지젤 하나를 서로 나눠 먹었다. 아내가 연습 때 에너지젤 섭취도 제대로 연습해보지 않았던 탓에 조심스러웠다. 10km가 아니라 하프코스라서 옆에서 에너지젤 섭취를 권유했다. 5km와 10km 급수대에서는 내가 먼저 급수대에 가서 이온음료를 받아 와서 아내에게 전달해 주었다. 달리다가 한번 멈추면 다시 달리기가 힘들다고 해서 이러한 전략을 짰다. 15km와 20km 급수대에서 이와 같은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왼쪽 골반 통증이었다. 14km 부근까지 잘 달리다가 15km 지점에 도달할 즈음 연습 때도 문제였던 왼쪽 골반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도 속으로만 ‘힘들면 걸어도 되니까 무리하지 말자.’고 되뇌었다. 옆에서 이를 악물고 달리고 있는 아내에게 힘 빠지는 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저 멀리 뿌리는 파스존이 보였다. 또다시 먼저 달려가서 파스를 챙겨 아내 왼쪽 골반에 뿌렸다. 멈추면 다시 달리기 힘들다는 일념 하에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힘들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달리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15km를 통과하면서부터 아내의 골반 통증은 더해갔고, 호흡도 거칠어졌다. 그럼에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페이스가 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19km 직전에서 움푹 페인 도로에서 발을 헛디뎠다. 골반 통증이 더 심해졌다. 솔직히 옆에서 아내를 보면서 안쓰러웠다. 괜히 하프코스에 함께 도전하자고 해서 이 고생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순간 자책했다. 자책은 잠시였다. 이 상황에서 자책한다고 해서 아내의 통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출발부터 완주까지 함께 하기로 했으니 끝까지 옆에서 응원하고 호흡과 발걸음을 맞춰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남은 거리 1km, 500m 그리고 300m 마지막 200m를 남기고는 갑자기 스퍼트를 하는 아내에게 “아니 지금 힘이 남았어? 스퍼트를 한다고?”라고 하자, 웃으며 골인하는 아내. 아내를 보면서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달리는 내내 그리고 골인 후 다시 한번 독하게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한번 “힘이 남았네?”라고 하자, “그럼, 골반에 통증이 문제지, 괜찮지”라고 한다. 이에 나는 “와, 어떻게 하프코스 도전하는데 15km 딱 한번 달려보고 걷지 않고 완주를 하네. 대단하다 진짜. 그리고 우리 오늘 패딩 입고 달렸는데 패딩 벗고 가볍게 달렸으면 기록 더 단축 됐을 거야.”라며 하프코스 완주 메달과 간식을 받으러 갔다. 아내와 함께 지난달에는 10km 완주, 오늘은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솔직히 풀코스도 함께 달리면 좋겠지만 건강 측면에서도 하프코스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풀코스를 추천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일단 골반부터 회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로 개인적으로는 206일째 매일 10km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206일을 이어가는 것보다 오늘만큼은 아내와 하프코스를 처음으로 함께 완주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풀코스를 완주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다시 하프코스까지는 완주할 수 있겠지만 풀코스는 이를 악물고 달린다고 해서 완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나 아들이나 딸이 나에게 “같이 풀코스 달려요.”라고 말하는 날이 올 때까지 매일 달리면서 개인 건강관리를 해놓으려 한다. 매일 달리는 거리가 반드시 10km일 필요 없다. 자신이 건강 상태, 처한 상황에 맞게 매일 달리기 혹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격일로 달리기 등을 해나가면 된다.


오전에 아내와 함께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와서 오후 내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글을 쓰는 지금 아직도 오늘 하프코스 완주하고 온 것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는다. 참, 2주 전 혼자서 풀코스에 참가하여 35km 부근에서 바나나와 초코파이를 먹었는데 오늘은 하프코스 10km 부근에서 바나나와 초코파이를 먹었다. 그 맛이 참 달랐다. 3주 뒤 김포한강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다. 기록 향상보다는 완주에 초점을 두고 달릴 것이다. 그리고 급수대 혹은 간식이 나오면 먹거리를 모두 즐기며 달릴 것이다. 매일 10km 달리기를 이어가면서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에는 부상 없이 즐기며 완주하는 러너가 되는 것을 목표로 달릴 것이다. 오늘 첫 하프코스 도전에 끝까지 걷지 않고 완주한 멋진 아내를 떠올리며 마무리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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