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승리자다

우승

by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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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전 05:30 미세한 알람에 잠에서 깼다. 월요일에는 아파트 헬스장 휴무로 야외 러닝을 할지 실내 러닝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무조건 밖에 나가서 달려야 한다. 오늘로 매일 10km 달리기 207일째를 달성했다. 날씨는 춥지 않았고, 고요한 새벽녘이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고 달리고 싶은 날이었다. 어제 하프코스를 달렸기에 오늘은 천천히 달리기로 했다. 내 호흡과 발걸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달렸다. 달리는 내내 어제 아내와 함께 고양하프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했던 게 계속 여운이 남았다. ‘내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더 잘했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부터 달리기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옆에서 골반 통증을 느끼며 달리는 아내에게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달리는 내내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도 계속 생각날 정도로 아쉬움이 컸다. 어제 레이스를 생각하면 내 페이스보다 아내 페이스에 집중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크게 관심을 갖지는 못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17km 지점부터 통증을 느끼며 파스를 뿌리는 참가자들과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 참가자들 그리고 아예 레이스를 포기하고 걷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달리지 못하고 억울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도 기억난다.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 고통과 노력을 알기 때문에 달리지 못하고 걷는 참가자들을 지나칠 때마다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 서로 경쟁자가 아니었다. 수시로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해 주었다. 지나가면서 건네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는 순간이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지만 주로에서 만큼은 우리는 하나였다. 모두가 한 뜻 한 마음으로 각자의 페이스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걸어서 완주했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낸 것이다.


완주했다고 해서 모두 우승은 아니다. 그렇다고 완주만 했다고 해서 실패한 것도 아니다. 완주를 통해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르다. 큰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고,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반면에, 자신이 목표했던 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보고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 마라톤의 매력이다.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이 다양한 감정을 가장 사랑하는 배우자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달리기를 꼭 배우자와 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달려도 좋다. 직접 모으기 쉽지 않다면 이미 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는 러닝크루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아직 정식 러닝크루에 가입해보지 않았지만 마라톤 대회 현장에서 크루원들끼리 응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종종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혼자 달려도 되고, 배우자와 함께 달려도 되고, 크루원들과 다 같이 달려도 좋다. 땀 흘리며 달리는 자체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이미 승리자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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