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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13. 2020

21주에 자궁문이 열렸다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7

  대학병원에4일을 입원하고 초음파를 보았다. 초음파 검사를 한 후 결과를 듣기 위해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다행히도 태반이 다시 올라가 정상으로 되었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너무나 힘들었던 대학병원에서의 일주일 입원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하며 살살 지냈다. 혹시나 또 잘못될까 싶어 불안했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없는 동안은 무조건 누워만 지냈고 반찬과 국은 집 근처에서 배달시켜 먹고 밥만 내가 했다.


  6살 딸아이와도 내가 소파에 누워서 놀아주는 등 거의 소파에서만 생활을 했다. 청소 등 힘든 집안일은 남편이 퇴근 후 조금씩 하거나 쉬는 날에 몰아서 하고 나는 아주 쉬운 집안일만 조금씩 하며 누워 쉬고를 반복하며 지냈다.


  임신 18주가 되자 첫째 때와는 달리 배가 쑥쑥 나오면서 커지는 게 느껴졌다. 첫째 때는 천천히 배가 나왔는데 둘째는 배가 금방 쑥쑥 크게 부풀듯이 빨리 나왔다. 그리고 온몸이 가려운 임신성 소양증이 생겨 고생을 했다. 그냥 이유 없어 온몸이 미친 듯이 가려워서 벅벅 긁었는데 긁고 나면 바로 벌에 물린 듯이 피부가 벌게지면서 올라왔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손도 자주 부어서 엄청 불편했다.


  드디어 임신 20주. 임신 중 딱 절반이 되는 시기. 태동이 진짜 자주 느껴졌다. 아들이라 그런지 첫째 때와는 달리 태동의 강도가 세고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음식은 아주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힘들었고 화장실은 더 자주 가게 되었다.


  21주가 되어 정기검진을 받으러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로 갔다. 그런데 초음파를 보시는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불길하다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자궁문이 열렸단다. 헐.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선생님은 21주면 자궁경부의 길이가 4-4.5센티가 돼야 하는데 나는 3.5센티란다.


  선생님은 다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고 바로 입원실로 들어갔다. 입원한 다음날에 울컥하면서 하혈을 했는데 자궁경부의 길이가 3센티로 더 짧아지면서 나오는 하혈이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방광염이 심해지고 간수치도 올라갔다.


  이러다 정말 둘째를 조산하면 어쩌나 너무 무서웠다. 겨우 21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정말 41살의 노산 임산부라 그런 건지, 자궁이 약해서 그런 건지. 그냥 한숨만 나왔다.


  나는 임신도 출산도 왜 이리 쉬운 게 하나도 없는 것인지. 첫째는 힘들게 가져서 쉽게 낳았는데 둘째는 쉽게 가져서 힘들게 낳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나는 산부인과에서 임신 중 두 번째 입원생활이 시작되었다.


다음편에 계속.


  

배속에 동생이 생겨서인지 어리광에 떼쓰는 것이 늘어난 딸아이를 위해 동생과 관련된 책을 사서 자주 읽어주었다.


전편 이야기

https://brunch.co.kr/@sodotel/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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