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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27. 2020

유산되고 일주일 후 또 유산?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아홉 번째

  결혼 후 5년 동안 인공수정을 10회 넘게 하면서 6번의 유산이 되었는데 그 6번 중 두 번은 정말 희한한 일들이 있었다.


  인공수정을 열심히 하며 임신 노력을 하던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집에 있는데 갑자기 한쪽 배가 너무 심하게 아팠다. 식은땀이 나고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아픈데 겨우겨우 식탁에 있던 핸드폰을 잡아 근처에 사시는 시어머니께 와달라고 했다.


  깜짝 놀라 부랴부랴 달려오신 어머님과 다니던 산부인과로 택시를 타고 가서 도착하니 휠체어를 타라고 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담당 선생님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는데 워낙 인기 있는 선생님이라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았다. 먼저 온 분들 중 한두 분만 진료받고 내가 진료를 받기로 양해를 구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땀은 뻘뻘 나고 배는 계속 아프고 그런 와중에 나는 휠체어에 앉아 아픔에 지쳐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는데 그 아프던 배가 선생님을 보자마자 언제 아팠냐는 듯이 하나도 안 아픈 것이다. 그래도 초음파랑 다른 검사들을 받았는데 결과는 난소 꼬임.  난소가 자극을 많이 받게 되면 일시적으로 꼬일 수가 있어서 아픔을 유발할 수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인공수정을 많이 해서 그런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이후 몇 달을 쉬고 다시 인공수정을 했고 또 임신이 되었는데 역시나 6주 즈음에 출혈과 함께 흘러내려 화학적 유산이 되었다. 초음파로 확인하니 깨끗하게 다 흘러내려 아기집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유산된 후 며칠 뒤부터 배가 다시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평소에 워낙 생리통이 심해서 벌써 생리하려나 하고 그냥 넘겨버렸는데 계속 점점 아파와서 또 난소가 꼬인 건가 하다가 아픔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자 다시 병원에 가보니 선생님은 초음파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고 피검사를 한번 해보자 하셨다.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를 반복하고 있는 중에 선생님은 피검사 결과가 바로 안 나오고 한두 시간 걸릴 수 있으니 집에 가면 연락을 주겠다 해서 집에 오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멍 때리고 있는데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왔다. 보통 간호사 선생님들이 전화를 주시는데 이번에는 담당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바로 들리면서 큰일 났으니 빨리 병원으로 다시 오라고 하셨다. 피검사 결과 임신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다시 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화학적 유산이 되었으니 임신 수치가 낮게 떨어져야 정상인데 임신 수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놀라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정밀검사를 해보니 나팔관 한쪽에 수정란이 자리 잡아 착상이 되었다고 하시면서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아기집이 점점 커지면서 나팔관이 파열될 수도 있었다는 설명을 해주셨다. 그래서 배가 아픈 것이었다.


  그러니까 인공수정을 했는데 수정란이 두 개로 분열되고 하나는 흘러내렸고 다른 하나는 나팔관에 자리를 잡아 착상이 된 자궁외 임신이었다. 내가 그리도 바라던 쌍둥이였다. 하도 유산을 많이 겪어본 터라 눈물도 나오지 않았지만 좀 씁쓸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나도 쌍둥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또 다른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sns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을 둥이둥이로 바꾸었다. 쌍둥이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리고 인공수정은 그만하기로 하고 이제부터 시험관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편에 계속.


  

아기를 기다리며 만든 딸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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