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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에 세상을 품은 화가

-제주김창열미술관

by 다담

2021년 새해 들어 얼마지 않아 김창열 화백의 부고 소식을 온라인으로 접했고 그를 기리거나 애도하는 이들의 글을 보며 다시금 그의 영향력을 실감했던 날들이 기억난다. '물방울 화가'라고 한마디로 대표되는 분이나, 평생을 물방울만 그린 화백의 심오함을 이해하기엔 내 마음이 작을지도 모른다. 그저 전시물을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고 싶고 만져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해지는 그 물방울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워 준다. 눈을 떠지 못하게 한다.


제주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을 찾아가면 김창열 외에도 현대미술관이 인접해 있으며, 두 미술관 주위 여러 설치미술도 배치되어 볼거리가 다양하며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의 작품 220점을 보유한 검은 큐브형 모양의 <김창열 미술관>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커다란 물방울 조각이 그를 대신하여 반겨준다. 코로나로 특별 전시나 기획 전시가 없는 것은 아쉬우나, 그의 상설 전시 작품을 만나는 것으로도 의미 있는 방문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극사실주의적 기법으로 겹겹이 쌓인 물방울들과 그 입체적 물방울에 맺힌 환영과 잔상은 그저 보기만 하는게 아니라 자꾸 몸을 앞으로 끌어당기며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세상 작은 저 물방울이 온 우주의 시작이자 끝을 나타내는 것 같아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외부로 향하는 계단 중앙에 검은 대리석 위 얹혀진 물방울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여기에 분수가 더해서 영롱한 무지개를 빚어 내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화백의 사후 미술관을 찾는 이가 더 늘고 있고, 그의 그림값도 점점 더 치솟고 있다는 뉴스가 반가운 건 왜일까. 그의 그림값이 경매에 얼마로 낙찰되었다는게 궁금한게 아니라 그의 일생의 노력이 대중에게 다가감이 반가운 것일 뿐...

이제 제주 여행에 <김창렬 미술관>이 낯설지 않음이 반가운 것이다. 긴 수염의 다감한 미소를 지닌 화백도 기뻐하시리라 여겨 반가운 것이다.


#미술관방문 #제주여행 #김창열 #물방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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