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예향의 도시 통영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고향이다. 유치진 유치환 형제, 김춘수, 윤이상, 박경리, 이중섭.... 태어나 자란 곳이거나 피란길에 머물며 창작한 곳이기도 하며 다시 돌아와 영면한 곳이기도 한 통영은, 그래서 나에게 늘 끌림을 주는 곳이다. 그들의 개인사적 행적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이 있을지언정 그들의 작품은 별개로 또 감흥을 주는 것이다.
지역적 풍토색이, 예민한 감수성과 심미안을 지닌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큼을 통영을 보면 알 수 있다. 생명파 시인 청마 유치환 문학관도 있고,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 기념관도 위치하고 있으니, 나로선 통영이 참 좋다. 게다가 산보다는 나고 자란 바다에 더 정이 끌리니 더욱 좋다.
가장 좋아하는 색인 코발트 블루의 화가 전혁림미술관을 찾았다. 마을 초입 삼거리에 그의 그림을 벽화로 장식한 것에서 벌써 설레는 마음 가득했다. 30여년 간 사셨던 곳을 미술관으로 개관하여 화백의 작품들과 아들 전영근 화가의 작품으로 가득한 예술의 장으로 남겨 주셨다. 90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젊다시며 활동을 하셨으니 그에게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리라.
입장료를 따로 받지는 않으나 결코 그저 보고 가고 싶지 않아 자발적 입장료를 내고 관람을 했다. 다행 실내 사진 촬영도 허락해 주셔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맘에 들어 청와대에 거셨다는 '통영항' 그림이 먼저 눈에 반가웠다. 단순하면서도 순박한 어촌의 활기가 블루로 잘 전해졌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그의 한국적 색채 구현을 잘 살린 3층 전면 대형 벽화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그만의 예술 세계를 잘 느낄 수 있다. 건물 자제가 하나의 예술품이기도 한 이 곳에서 그의 바다 사랑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같은 골목길에 위치한 야트막한 돌담을 낀 '봄날의 책방' 도 반드시 들러봄직하다. 지역 소수 서점이 잘 자리매김함을 대견스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냥 나오기에는 주인장의 정성스런 책 진열이며 구석구석 손길이 맘을 잡는다. 여기서 화가 전혁림에게 띄우는 아들의 편지인 '그림으로 나눈 대화'라는 책을 구입했다.
다시 한 번 그가 나고 자란 고향 통영 바다를 더 둘러보고 돌아 왔다. 그의 시선을 따라 나도 코발트색 바다에 대한 애정이 한층 깊어짐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