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레퍼런스가 되겠다
‘엄마 휴직’이라는 말은 엄청난 고심 끝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찾아낸 된 두 단어의 조합이다. 엄마라는 역할에서 잠시 휴직을 하겠다는 선언. 엄마 휴직.
엄마 휴직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나처럼 엄마 휴직을 한 사람이 분명 있겠지?’
인터넷 검색창에 ‘엄마 휴직’ 두 단어를 넣어봤다. 결과는? 정말 놀랍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주양육자’라는 역할에서 잠시 휴직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비상식적인가 싶을 정도로 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육아서는 발에 치일 정도로 차고 넘치는데 주양육자에서 잠시 내려오겠다는 엄마를 위한 책은 하나도 없다니! 애써 찾아낸 결과는 책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어요/최현아(미소작가)>와 <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박햇님>였다. 당장 주문해서 한 숨에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어요>는 말 그대로 육아휴직을 한 남편과 전업주부 부인이 일 년간 일하지 않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내용이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했지만, 나는 일 년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남편처럼 훨훨 날아 일을 하고 싶었기에 맥락이 달랐다. <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도 전업주부 남편과 바깥일을 하는 부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남편이 전업주부가 됐기에 역시 초점이 달랐다.
아무리 찾아도 내가 원하는 정보들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그렇게 비현실적인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건가? 역시.. 엄마가 주양육자가 되는 것이 맞는 걸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내 선택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졌다. 페미니스트고 뭐고 역시 ‘주양육자=엄마’라는 공식을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 고민하며 머리카락을 뜯었다. 엄마 휴직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주양육자 역할을 엄마에서 아빠로 바꾸는 것이 시작이자 끝이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려니 레퍼런스가 없었다. 보고 배울 예시가 없었다.
며칠 동안 자책과 실망을 반복하다가 단호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래, 아무도 없다면 내가 첫 번째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앞으로의 내 삶의 예시가 되자!! 성공하면 쾌재를 부르고! 실패하면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자!! 그까이껏!!’
그렇게 엄마 휴직에 대한 기록이 시작됐다. 아이패드 굿 노트 앱에 새 노트를 하나 만들고 <2021_엄마 휴직>이라는 제목을 써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