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존경씨는 365일이 보통의 날이다. 남들이 챙기는 흔한 기념일 한 번을 알아서 챙겨 준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늘 이벤트 같은 오늘을 꿈꾸는 명랑한 여자다. 존경씨의 눈높이를 알기에 그가 준비한 선물이 내 마음에 차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 둘 다 잘 안다. 한 번은 중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가짜 명품백을 자랑스럽게 내놓았다.
"사람들이 다 사길래 샀어, 진품이랑 똑같다던데."
"나는 사람이 진품이라 짝퉁은 안 해. 이게 뭐야." 여기까지.
이후로 존경씨는 기념일마다 50만 원의 현금을 주었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100만 원이 되었다. 1년에 두 번. 결혼기념일과 내 생일. 처음에는 이것저것 자잘한 걸 쓰다 보니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이후 나는 100만 원짜리 금을 산다. 주로 팔지나 목걸이로 한다. 다른 금제품들에 비해 수공비가 적게 든다. 지금은 금값이 비싸 1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꽤나 묵직하고 큰 것을 살 수 있었다.
그것들을 몸에 두르고 나가면 가끔 묻는 사람이 있다.
"그게 다 금이에요?"
"네 , 전부 금으로 했어요."
살짝 우쭐거린다.
그 금땡이들이 지금은 꽤나 모여 꽤 큰 자산이 되었다.
금은 변하지 않는다. 내 맘껏 사치를 부리고도 시간이 지나면 남는 장사다.
나중에 그것들을 처분해서 존경씨가 퇴직하는 날 자동차를 한 대 사 줄 생각이다.
돈지랄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사치를 부리면서도 남는 게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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