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재의 제목은 신예희 작가의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모방하였습니다.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침대에서 기어 나온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직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내 몸값만큼의 업무를 해 낸다. 퇴근을 해 집으로 돌아오면 몸도 정신도 너덜너덜 해 져있다. 이제 벌었으니 쓸 일만 남았다.
나는 잘 쓰기 위해 돈을 벌러 나간다. 나는 자잘한 돈은 무척 절약하는 편이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가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정해 놓은 내 용돈은 내 급여의30%. 다시 말하면 안 벌면 못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어 수입이 없을 때, 나는 기본적인 식, 주를 제외하면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내 용돈에서 남은 돈을 모아두었다가 자기 계발비 정도로 활용한다. 벌었으면 쓰는 기쁨을 누려야 다시 벌 에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산을 불리는 데 목적을 두고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삶의 기쁨이니 그리하는 것이 옳다. 나는 오지 않은 너무 먼 미래를 위해 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 혹여 독자들이 걱정할까 미리 말하자면 노후대비는 하고 있다.
나는 주로 사람들에게 돈을 쓴다. 혼자되신 엄마 용돈을 드리고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경조사에 내 몫만큼의 돈을 흔쾌히 지출한다. 어린 시절 지독히도 가난했었기에 아이들을 위한 많은 단체에 기부를 한다. 그리고 나를 가꾸는데 돈을 쓴다. 내 몸과 마음이 정돈될 수 있을 만큼. 돈을 들이는 운동을 하고 책을 사고, 유료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여행을 한다.
내가 직장인이 되고 좋았던 것은 음식집에 가서 메뉴판이 가격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 때, 늘 신세 지던 사람들에게 내 성의를 표할 수 있었을 때였다. 마음이 있어도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음은 돈으로 표하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공감한다. 이 정도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나는 돈을 벌러 나가지 않겠다.
딱 30%. 내 지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