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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빛 Aug 03. 2024

쓰려고 번다.

돈지랄의 기쁨

이번 연재의 제목은 신예희 작가의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모방하였습니다.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침대에서 기어 나온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직장으로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내 몸값만큼의 업무를 해 낸다. 퇴근을 해 집으로 돌아오면 몸도 정신도 너덜너덜 해 져있다. 이제 벌었으니 쓸 일만 남았다.


나는 잘 쓰기 위해 돈을 벌러 나간다. 나는 자잘한 돈은 무척 절약하는 편이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가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정해 놓은 내 용돈은 내 급여의30%. 다시 말하면 안 벌면 못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어 수입이 없을 때, 나는 기본적인 식, 주를 제외하면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내 용돈에서 남은 돈을 모아두었다가 자기 계발비 정도로 활용한다. 벌었으면 쓰는 기쁨을 누려야 다시 벌 에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산을 불리는 데 목적을 두고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삶의 기쁨이니 그리하는 것이 옳다. 나는 오지 않은 너무 먼 미래를 위해 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 혹여 독자들이 걱정할까 미리 말하자면 노후대비는 하고 있다.


나는 주로 사람들에게 돈을 쓴다. 혼자되신 엄마 용돈을 드리고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경조사에 내 몫만큼의 돈을 흔쾌히 지출한다. 어린 시절 지독히도 가난했었기에 아이들을 위한 많은 단체에 기부를 한다. 그리고 나를 가꾸는데 돈을 쓴다. 내 몸과 마음이 정돈될 수 있을 만큼. 돈을 들이는 운동을 하고 책을 사고, 유료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여행을 한다.


내가 직장인이 되고 좋았던 것은 음식집에 가서 메뉴판이 가격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 때, 늘 신세 지던 사람들에게 내 성의를 표할 수 있었을 때였다. 마음이 있어도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음은 돈으로 표하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공감한다. 이 정도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나는 돈을 벌러 나가지 않겠다.

딱 30%. 내 지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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