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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삐딱하게

흔적이 아닌 쌓임으로

by 정말빛

바위에 분필로 쉽게 그린 그림은 금방 사라지지만, 바위에 조각칼로 새긴 흔적은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삶이란 바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릴케의 말마따나 "어려운 쪽으로" 집요하게 향하다 보면, 나의 삶이란 걸 만들어가게 된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정지우


작가 정지우는 요즘 글 잘 쓰는 사람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편의 글을 그의 sns에 공유한다. 성실함 역시 배울만 하다. 내가 말을 얹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의 글은 모범적이다. 정갈하게 머리를 빗고 교복을 단정히 입은 반장 아이의 일기를 들추는 기분이랄까. 엉뚱하고 모자라고 삐딱하기까지 한 나로서는 좀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나의 글쓰기 선생님은 정지우 작가를 높이 평가한다. 그에게 배울 점은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어려운 쪽으로 집요하게 걸어가며 바위에 새겨지는 삶보다는 행복으로 추억되는 순간들로 켜켜이 쌓인 나이테 같은 인생을 원한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삶보다는 쌓여가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어제, 오늘, 기억, 추억, 계절 같은 감성적인 말들로 느슨하고 자유롭게,

그러나 아름답게.

이미지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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