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내가 제일 앞서 달리고 있었다. 칭찬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어쩌면, 한심하게도 그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나는 그림책 작가가 꿈이다. 지금은 에세이를 쓰고 있지만, 마음 한편엔 늘 그림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1년 전, 한 출판사 대표가 주관하는 그림책 글작가 수업에 참여했다. 소수 정예로 구성된 수업이었고, 매주 합평과 글쓰기 지도를 받으며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첫 합평 날, 대표님은 내 글에 대해 “소재가 신선하고 장면 연출이 탁월하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수업이 중반쯤 흘렀을 무렵, 대표님은 당신의 출판사에서 내 책을 출간하자고 제안했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역량은 부족했지만, 수업이 끝난 후에도 대표님과 계속 소통하며 작품을 다듬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처음 품었던 이야기의 큰 그림은 점점 희미해졌다. 나는 속으로 답답했지만, 전문가의 조언이니 따라야 한다고 믿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지만 애쓸수록, 그녀와 나의 생각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우리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오랫동안 실패의 쓴맛을 되새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수업을 들었던 다른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머리가 멍했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고, 책도 구입해 읽어보았다. 글도, 그림도 참 좋은 책이었다. 당시 나는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마지막 편집 단계를 밟고 있었기에, 조금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 그 작가님의 책이 중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러웠다. 내 책은 출판사 창고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속내를 감추기 어려운데, 최근엔 다른 작가님이 그림책 작가 양성과정에서 수업을 한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어이쿠! 참아왔던 내 진심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나는 도대체 뭐가 부족한 건데? 나도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나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