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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라미 Jul 12. 2024

장애물을 대하는 나의 자세

2024. 07.12

“왜 이쪽으로 가는데?”

“저 길은 좁잖아.”

“야, 이 길로 가면 한참 돌아가야 된다.”

“어때, 내 차로 내가 간다는데.”

“초보도 아니면서 희한한 거라.”

나는 운전할 때 좀 돌아가도 큰길로 다니고, 주차할 때도 다른 차들과 가까이 붙여서 대지 않기 위해 좀 떨어진 칸을 이용한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나는 ‘문제’, ‘다툼’, ‘갈등’ 이런 느낌이 드는 모든 것이 불편하다. 제시한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상황들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내 입장만을 주장했었고, 설득하지 못하면 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합리적인 방법과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경험하지 않은 것들은 언제나 낯설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내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바꾸려 애쓰지 않았다. ‘나를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인정받으면 된다.’라는 어리석은 신념을 가지고.


시간이 흐르니 나도 점점 무뎌지게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고파서가 아니라 대치의 상황이 성가시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 귀찮은 설전을 벌이고 있을까? 내가 아니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있을 텐데. 굳이 내가 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걸까? 지친다. 이런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는 사람들 속으로 한발 한발 걸어 들어갔다. 군중 속에 몸을 감추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손을 들지도 않았다. ‘그냥’, ‘나도’, ‘괜찮아’, ‘알아서 해’가 주는 연대는 공고하고 평화로웠다.


어른들 말씀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씀이 이런데 쓰는 말일까?


평화에 안주하게 된 나는 문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눈앞에 장애물이 보이면 돌아서 간다. 그것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결하고 싶지 않다.

길은 돌아서 가게 되고, 문제는 포기하게 되고, 욕망은 돈으로 해결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욕망은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 포기가 된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하나 꿈.

지금 내 앞에 꿈이 문제로 놓여 있다. 공부는 늘 잘해서 칭찬만 받았고 운동은 늘 못해서 지적만 받았다. 70점의 상황에 놓여 본 적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이 지점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리석은 신념으로 끝까지 나아갈까, 이 복잡한 상황을 뒤로하고 그냥 포기해 버릴까.


고민이 많은 이다.



그림출처 - 공주대학교 졸업전시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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