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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저장소 Mar 03. 2021

잘난 사람

내일의 나

내 주위의 '잘난 친구'들을 보면 정말 부러웠다. 어쩜 저렇게 공부를 잘하는지, 운동을 잘하는지, 잘생겼는지 참 인생이 부러웠다. 하나만 잘하면 되지 왜 몇 관왕을 하는 걸까. 나는 내 주위에 그런 친구들이 많았으면 했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그런 잘난 친구들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잘난 친구'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잘난 친구'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애들은 그 속에 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그렇게 사귄 많은 친구들 중에 잘난 애들도 많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미 나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성적상으로 명백히 중하위권 학생이었다. 그런 나에게 공부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는 상위권의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다. 그들과 어울리면 내가 좀 더 잘나 보이고 그런 이들이 내가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기에 나는 그런 잘난 친구들을 사귀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잘난 친구들이 나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나를 쳐다볼까. 그런 잘난 친구들 입장에선 더 잘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나처럼 못난 애들과 어울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조차 내 존재가치를 폄하해버리는데 잘난 친구들이라고 별 다를 바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굳이 잘난 친구를 두어야 하나. 어차피 세상도 혼자 살아나가야 하는 건데, 남들에게 매달려 다니지 말고, 나도 그런 잘난 애들이 보기에 내가 잘난 애가 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다면 주위에 잘난 친구들은 나를 친구로 사귀고 싶어 하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나에게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름대로 친해지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는데 잘 안되니 괘씸해서라도 그들을 나에게 오게끔 만들고 싶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굳이 잘난 사람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고, 그 사람들이 내게 오도록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면 된다.
돈 많은 친구? 내가 더 많이 벌면 된다.
공부 잘하는 친구? 내가 더 잘하면 된다.
좋은 직장 있는 친구? 내가 더 좋은 직장을 가지면 된다.
잘생긴 친구? 잘생긴 것을 대신하여 매력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내가 더 발전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나에게 찾아올 것이다.

나는 내가 잘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공부도 잘하는 편은 아니고, 키 크고 잘생긴 것도 아니고, 돈 많고 인기 많은 것도 아니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에게 잘난 사람이라는 기준이 생기고 그 기준과 나를 비교하다 보니 나는 한없이 그 기준에 미달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잘난 사람의 기준을 나에게로 바꾸었다. 지금의 나를 기준으로 두고, 지금의 나에서 나를 조금 더 가꾸고,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사람들과 더 어울리면서 사교성 있는 사람이 되고. 이런 식으로 하나씩 나를 가꾸고 발전시켜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기준이 미달됐던 적이 없었다. 매번 새로운 '나'가 만들어지고, 발전된 모습들이 보였다. 예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나는 벌써 '잘난 친구'에 속하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그러자 친구들도 달라진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워했다. 그리고 나를 부러워했다.(그렇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방학 때 자격증을 공부하자 응원을 해주고, 블로그를 시작해서 꾸준하게 운영하니 대단하다며 좋은 말을 해주었다. 전에는 친구들이 나를 내 이름으로만 불렀지만, 이젠 블로거, 여행 가이드, 마케터, 코디님 등등 장난이 섞여있어도 나를 부르는 많은 단어와 호칭들이 생기게 됐고, 나와 관련된 분야에서 모르는 게 있으면 나를 찾아와 물어보기도 하는 등, 나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나는 더 이상 남이 잘 나가는 것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잘난 기준은 지금의 나에게 맞추어져 있고, '지금의 나'보다는 '미래의 나'가 훨씬 멋진 존재가 될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발전된 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서서히 그만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가꾸어 더 발전되고 잘난 모습의 '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처음엔 잘난 친구들을 내 옆으로 오게 만들고 싶어서 나를 발전시켜나갔지만, 그러는 동안에 잘난 것과 못난 것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더 이상 '못난'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저 '발전하기 전'과 '발전 후'라는 것 만 있을 뿐이다.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는 더 발전된 모습일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내게 찾아오도록 하는 그런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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