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제주에서 3주살이 - 5일차

by 소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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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친구가 떠나고 나도 다음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준비했다. 5일 동안 나의 흔적들을 고이 남겨두고 출발했다. 오늘은 17km를 걸어야 했기에 친구가 남기고 간 귤을 챙겨 들었다. 언니의 가방을 메고 파스를 붙이고 복대를 차고 걸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두 다리로 걷는다는 것에 감사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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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한계가 왔던 지점이었다. 안개인지 해무인지 시야를 가리는 것들로 인해 호흡은 힘들어지고 체력도 다 떨어져 갔다. 지나가는 버스를 붙잡고 싶었다. 제발 저 좀 태워주세요.. 걷기 싫어요. 속으로 중얼중얼 거리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버스를 탈까.. 말까.. 이왕 걷기 시작했으니 포기하지 말까? 갈팡질팡하다 중간지점을 정하고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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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피어있는 수국수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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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수국을 지나면 구름다리가 나온다. 그 길로 쭉 들어가다 보면 산책로도 나와 가볍게 걷기 좋은 코스인 거 같다. 가는 길이 바빠 천천히 둘러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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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제주에서 마지막 날인데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 하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여기 어영마을로 오고 싶다고 할 것이다.

올레 17코스 지점에 있는 어영마을은 바다를 가까이서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구간이기에 올레길을 처음 걷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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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풀어져 있는 말들과 인사도 나누며 중간지점까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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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점인 스타벅스까지 걸어왔다. 걷는 내내 포기하고 싶었는데 그 순간 회사가 떠올랐다.

회사도 못 버티고 이렇게 도망쳐 나왔는데, 좋아하는 걷기를 하는데도 도망칠 거니? 이런 생각이 들면서

짜증이 확 났고 짜증의 힘을 받아 이 악물고 걸었다.



힘들 땐 쉬어가고 잠시 앉아가도 된다고 격려의 말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조금 다르다. 몸이 아플 땐 쉬기보단 차라리 계속 걷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쉬어가면 몸이 알아차린다. 아? 이제 긴장을 풀어도 되는구나 하고.


스타벅스에서 쉬었던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긴장이 풀렸는지 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안 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걷자 하고 숙소까진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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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예스러운 구옥 집이 내가 13일 동안 있을 곳이다.


방에 들어와 짐 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제 샀던 빵과 직장동료가 줬던 계피차랑 같이 하루를 정리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홀로 있게 되면 생각이 깊어진다.

생각이 깊어지면 위험해진다. 하면 안 될 생각을 하며 우울해진다. 툴툴 털고 일어낼 힘이 필요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을 위해 오늘도 하루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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