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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섭 Dec 14. 2020

발달장애아이가 제일 많이 듣는 소리

사랑을 담아 너를 불러 줄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 김춘수


주말에는 다 같이 아침을 먹는다. 식사 도중  아이는 여러 번 자리에서 일어나 자극을 찾으러 간다.

베란다에 나가서 사다리차 소리 듣기

안방 화장실 수돗물 틀고 소리 듣고 오기

누나 방 가서 피아노 치고 오기

불현듯 생각난 볼펜 찾고 오기

어제 클래스팅 내용 보고 오기

우린 이름을 불러 환기시킨다.


“민준아! 기분은 알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하니 이것부터 하고 그거 할까?” 이렇게 공감해주고 상황 설명해도 아이에게 큰 효과는 없다.

10분 정도의 식사 시간에 자기 이름이 20번 넘게 불렸다. 집에선 그렇다 쳐도 학교에서는 얼마나 불릴까?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치료사 선생님들 그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민준이 이름을 부른다.

“민준아”, “민준”, “김민준”


발달장애인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자기 이름이다.

간단하게 계산해 보면 10분에 20번, 1시간에 120번이니까 하루에 천 번 이상은 자기 이름을 듣는다. 대부분 짜증, 분노, 원망, 무시의 에너지를 실어 이름을 부른다.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까?


말에는 힘이 있다”


긍정의 말과 부정의 말의 효과를 실험한 ‘ 실험 결과를 보면, 수시로 긍정의 말을 들은 밥이  하얗고  적은 곰팡이가 생긴다는 것을   있다.

존경받는 지도자 윈스턴 처칠은 부하 직원들을  이끌기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는 일을 빨리 진행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자네는 결단이 신속할  같군하였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당신은 치밀해 보이는군하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그러한 성향이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이지요.
상품에 라벨을 붙이듯 상대방에게 ‘당신은 이러이러한 사람이군요하고 말하면 상대방이  기대대로 행동하곤 하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라벨 효과혹은 ‘레테르 효과 부릅니다.

“민준아, 옷 좀 제자리에”

“민준아, 숙제하고 핸드폰 봐”

“민준아, 물불손. 화장실에서는”

“민준아, 여기 봐봐. 집중 좀 해봐”

“민준아, 노래 부르지 마”

...

“민준아, 힘들었지? 잘 참았어. 자랑스러워”

“민준아, ??”


민준이 부를 때 칭찬할 일이 별로 없어서 좋은 말 하며 부르기가 어색하다. 부모인 나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사랑받으라고 지어준 이름인데 세상 모두가 죄수 번호 부르듯 이름을 부른다.


클래식을 들으며 햇볕 잘 들어오는 온실에서 곱게 자라는 화초보다도 못한 녀석.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는데 하루에 천 번 불행을 듣는구나.

오늘도 넌 반성문으로 출석을 하고 왔다는 걸 안다. 담임 선생님이 널 어떻게 불렀을지 그 목소리가 내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구나. 그 표정도 내 눈에 생생하게 보인다. 그걸 묵묵히 견디고 온 너 정말 대견하다. 나라면 그렇게 못 살았을 거야. 사랑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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