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행동엔 인내로 긍정적 행동엔 칭찬으로
“내가 오늘 아끼는 나무 한 그루를 잃었지만, 정직한 아들을 얻었구나”
조지 워싱턴이 어린 시절, 그의 아빠가 자신이 아끼는 체리 나무가 베어져 화가 나 집안사람 모두에게 누가 그랬냐 다그치자 그 무거운 침묵을 뚫고 자신의 죄를 고백한 아들에게 한 말이다.
캐나다 맥길대 발달심리학과 빅토리아 탤워 교수는 ‘조지 워싱턴의 체리나무’ 이야기와 ‘늑대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아이들에게 두 이야기를 들려준 다음 거짓말의 빈도를 비교하니 체리나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의 거짓말 빈도는 50% 이상 줄어들었으나 늑대 이야기는 거짓말을 줄이는데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어제 저녁 ADHD 약기운이 떨어진 아이가 온 집안을 어질러 놓았다. 책장의 책을 수십 권 바닥에 팽개치고는 레고도 다 꺼내 거실을 레고 나라로 만들더니 급기야 사진첩을 꺼내 보다가 자기 태아 때 이벤트로 받은 사진첩을 놓쳐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화낼 기운도 없었던 우리 부부는 떨어진 유리 조각을 말없이 주어 담기만 했다. 담부터는 조심하란 말을 높은 톤으로 한마디 하니 미리 펴놓은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가서 달래주고 양치시키고 재우니 아침 되어 어젯밤 일은 까맣게 잊는 채 엄마를 찾으며 일어났다.
만일 어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아이에게 등짝 스메싱과 온갖 짜증과 분노를 표현했다면 아인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을까? 아빠 엄마를 원망하고 사진에게 부모에게 받은 독설을 그대로 뱉어냈을 것이다.
“사진 왜 저기 있어”
“사진 다 갖다 버려”
“사진 이제 찍지 마”
6살 때쯤 난 할아버지 생신 날 소고기가 큼직하게 들어간 미역국을 바라보며 고기 덩어리를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부정교합 치아를 가지고 태어나 씹기 힘든 고기 덩어리들을 발라내고 먹으려던 참에 옆에 있던 삼촌에게 큰 소리로 어린 놈이 벌써부터 골라먹으면 어떡하냐며 야단맞았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발라 놓은 고기를 다 삼켰다. 그 뒤로 평생 국고기를 안 먹게 되었고 생일날 미역국엔 멸치 가루를 넣어 끓인다. 만일 삼촌이 무턱대고 화내지 않고 내게 고기를 발라 넣은 이유를 묻고 이해해주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었을지 모른다. 지금도 삼촌을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나를 보면서 벌이라는 것은 잠깐의 좋은 효과를 만들 수 있지만 영원한 흉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민준이를 4살부터 초1까지 가르쳐 주신 언어 선생님은 한 번도 벌을 준 적이 없었다. 그땐 ADHD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여서 착석조차 안될 만큼 산만한 아이를 강화물을 안 주거나 침묵을 사용하여 훈육하셨다. 그러곤
“벌은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칭찬만 효과 있어요”라고 내게 말씀하셨다. 그런 훈육의 원칙을 5년 동안이나 몸소 보여주었다.
조지 워싱턴의 일화는 실제로는 지어낸 얘기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인내하고 칭찬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하루에도 몇 백번의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장애아이에게 인내로 대응하며 속으로 내 인생을 한탄하지만 편안하게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내 인내에 대해 스스로 칭찬하곤 한다.
“잘 참았어, 너.”
앞으로 더 가파르고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발달장애아이들은 자라면서 비장애아이들과 IQ, EQ, 사회성 등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에 매일 예상치 못한 바닥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폭력으로는 절대 이기지 못합니다. 품위를 유지할 때만 이길 수 있는 겁니다.'
영화 그린 북에 나온 대사이다. 상대방의 폭력에 주인공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품위로 지켜내며 한 말이다. 아무리 참기 힘든 바닥을 만나더라도 인내와 칭찬으로 내 품위를 유지하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