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플라이두바이 채용이 뜨고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요새 중동 항공사도 키나 나이, 국적을 따지는 추세인데 플라이두바이는 그런 제한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중동으로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정리해고당한 전직 승무원들의 지원 숫자까지 합치면 코로나 기간 이전보다 경쟁률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 같다.
에티하드항공으로 오고 나서 플라이두바이를 다시 가고 싶냐는 질문을 종종 들었다. 특히 한국인들은 플라이두바이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UAE에 오래 살았던, 특히 동유럽 출신 크루들은 플라이두바이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다. 내가 레이오버로 부쿠레슈티를 다녀왔다고 말하면 눈이 반짝이며 자기도 무조건 플라이두바이를 지원할 거라고 했던 루마니아 크루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플라이두바이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안 갈 거라고 대답했다.
회사는 너무 좋지만, 플라이두바이도 단점이 있다. 예전 포스팅에 올렸듯이 살아생전 처음 보는 승객 프로파일과 친구&직장동료 분리의 힘든 점, 숙소를 제공해주지 않고 나 혼자 알아서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점과 한국을 가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던 점은 내가 퇴사를 다짐하기에 충분했고,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즐겁기도 했지만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크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고, 다시 돌아간다 한들 그 이상 뭘 더 잘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때는 20대 젊은 패기로 아무것도 모르고 하라는 대로 했지만, 에티하드항공에서 더 많은 걸 경험한 지금 “삶의 질”만 놓고 본다면 에티하드항공에서 일하는 지금 아부다비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하다.
Life you deserve
샤르자에서 살던 시절에 내가 문 밖을 나서자마자 마주치는 광경은 이러했다. 처음 보는 아시안 여자에게 보내는 노동자들의 시선 강간, 냄새나고 더러운 길거리, 죽은 비둘기,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와 광고지들
비행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툭 터놓고 말할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한데 직장동료와 친구 분리가 힘든 건 나에겐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내가 오늘 말한 게 다음날 다른 크루 입에서 들릴 때도 있었고 와전된 경우도 많았다. 정말 많은 루머와 배신이 난무했고 한국인 승무원 숫자가 적은 사회는 우리 집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건너 건너 사람도 다 알정도였다. 남이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말에 상처 받는 스타일인 전형적인 인프피인 나는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의 문을 더 닫았다. 유일하게 제일 친했던 사무장 언니가 학업을 이유로 퇴사를 했을 때는 친구가 잘돼서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그 후로 혼자 남아서 힘들기도 했다.
운전을 하지 않았던 내가 밤 비행을 가거나 새벽에 비행에서 돌아올 때면 밤하늘의 달을 보면서 늘 다짐했다. 미래의 나에겐 무조건 더 나은 삶을 제공해줄 거라고.
얼마 전 전직 쿠웨이트항공, 전직 에어아라비아 출신 동료들을 만나서 이런 얘길 했었다. 에티하드에서는 턴 비행이 한 달에 두 개만 돼도 불평한다고. 그 전 회사에서는 턴 비행이 디폴트였는데 다들 감사한지 모르는 것 같다고. 그리고 그 말도 맞다. 나도 바라던 인천비행은 안나오고 맨체스터랑 런던 비행만 나오면 속상한 마음에 영국 레이오버가 너무 많다고 불평해댔다. 플두에서 다카와 제다, 카라치 턴 비행을 주야장천 가던 옛날은 기억 못 하고...
누군가는 내 포스팅이 너무 적나라하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현실적인 단점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그런다. 완벽한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승무원이 되면 다 일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그랬고) 사실은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다른 항공사 면접장에서 회사 동료들 다 만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나 역시 에티하드항공에 내가 결정해서 온 거지만,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볼 거다. 왜냐하면 에티하드항공이 내 인생의 끝이 아니니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