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 비행을 끝내고
이번 비행은 악명 높은 비행 중 하나인 캐나다 토론토 비행이었다. 에티하드항공 입사 후 처음으로 토론토 비행했을 때 너무 충격이고 힘들어서 서비스 도중 울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플라이두바이에서 악명 높은 장비행 중 하나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턴 비행이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턴 비행이었는데 캐나다 토론토 비행과 비교하면 그 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음료 서비스를 하는데 카트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하면 이해가 되실는지..? 이 비행은 한 명당 음료 여러 잔을 주문하는 게 기본이다. 난 손님들이 음료를 세네 잔씩 주문하는 건 전혀 상관없다. 이런 일을 하려고 승무원이 된 거니까. 하지만 방법이 문제다. 처음에 오렌지 주스 달라고 해서 오렌지 주스 주면 다시 맥주 달라고 하고 또 맥주를 주면 같은 사람이 물을 달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이 50명이었다. (승무원 한 명이 서빙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50명) 그러니까 카트가 앞으로 나가질 못한다.
이번 토론토 비행은 예전만큼 힘들지 않았는데 서비스 도중 한 아이가 복도에 토를 한 게 이슈가 됐다. 좌석 주머니 안에 있는 멀미 봉투에 했으면 괜찮았는데 앉아 있는 상태에서 복도에다가 해버리는 바람에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건 당연하고 서비스 카트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또 어찌나 많이 했는지 어린이 승객 앞에 앉아있던 건너편 두세 줄 손님들한테까지 피해를 입혔다. 두 줄 대각선 앞에 앉아있던 플래티넘 손님의 비싼 재킷에까지 토사물이 묻어서 기내 분위기가 싸해졌다.
애들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하고 내가 직접 치우기 시작했다. 이럴 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재빠르게 처리하는 게 최고다.
토론토에 도착 후 유니폼을 벗는 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 날 못 입고 갈 거 같아서 여분으로 챙겨뒀던 옷들을 꺼냈다. 블라우스랑 치마, 스카프까지 트롤리 안에서 구겨져있던 유니폼들을 꺼내서 다음 비행을 위해 직접 다리기 시작했다.
예전 회사에서는 호텔 체류비가 적은 대신에 호텔 조식과 유니폼 세탁을 무료로 제공해줬다. 비행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답답했던 유니폼을 던져버리고 세탁 수거 가방에 넣어서 호텔 방 밖에 내놓는 일이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체류비가 훨씬 더 많은 대신 (물가 비싼 곳을 기준으로 하면 많게는 세 배 차이가 난다.) 호텔 조식이나 유니폼 무료 세탁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호텔 방에서 쇼업 직전에 직접 유니폼을 다리곤 했다.
나는 대학생 시절 옷가게에서 오랜 시간을 알바를 했다. 생활비 버는 목적도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즐기기도 했다. 손님이 없을 때는 자발적으로 전시되어있는 옷들을 스팀다리미로 다리곤 했는데 그게 정말 재미있었다. 주름이 펴지는 옷들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받은 내 마음속 주름도 함께 펴지는 것 같았다. 빳빳하게 다려진 유니폼들을 보니 열네 시간 장비행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 회사 세탁소에 유니폼을 맡기곤 했는데 가끔은 내가 직접 다림질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