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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비행을 대하는 승무원들의 자세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카모마일 차

by 캐롤라인

승무원이 되고 나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밤낮이 바뀌는 일이었다. 중동 항공사 특성상 밤에 출발하는 비행이 많은데 밤 비행이 있는 날이면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야만 했다. 레스트가 주어지지 않는 밤 비행에서 졸거나 앉아 있다가 잠들면 리포트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밤 비행을 준비하곤 한다.




나는 비행 시작한 초반에는 밤 비행 전에 꼭 낮잠을 잤었다. 또 누우면 바로 잠드는 스타일이라 낮잠이 잘 오기도 했고 낮잠을 자고 밤 비행을 가니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낮잠을 못 자고 가는 날들이 많았고 (특히 30대 지나고) 그러다 보니 밤 비행이 너무 힘들어서 낮비행으로 스왑(승무원들끼리 비행이나 쉬는 날을 서로 바꾸는 것) 하곤 했다.



밤 비행 전에 낮잠을 자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헬스장이나 운동을 하고 몸을 피곤하게 만든 후 낮잠을 자려고 하는 승무원들도 있고, 전 날 아예 늦은 밤이나 새벽에 잠들어서 밤 비행 직전에 일어나는 승무원들도 있고 밤 비행에 대처하는 승무원들의 방법은 다양하다. 각자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제일인데 요새 나는 낮잠이 잘 안 와서 모닝커피도 줄이고 카페인 들어간 음료도 줄이고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카모마일 티를 마시는 듯 나 나름의 방법을 또다시 찾는 중이다.



승무원들이 자주 마시는 차 종류 중에 카모마일 차가 있다. 카페인도 들어가지 않고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나도 몇 번 마셔봤는데 별 효과가 없어서 즐겨 마시진 않았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어떤 동료가 잠이 잘 오는 차라고 하면서 소개해준 이탈리아의 차가 있는데, 다른 날에 또 다른 승무원도 한 시간 안에 바로 잠이 온다고 엄청 추천하길래 이탈리아 비행 갔을 때 한 번 사 가지고 왔다.



불면증에 좋은 차로 유명한 캐모마일 차는 캐모마일의 아로마향 성분이 안정감을 주고 숙면하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승무원들 중에 잠이 안 와서 파나돌 나잇이나 숙면 유도제를 먹는 동료들도 여럿 봤는데 알약을 섭취하는 거보다는 이렇게 차로 마시는 게 건강에 훨씬 나을 거라 생각이 든다. 혹시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나 잠이 안 와서 고민이신 분들은 캐모마일 차를 한 번 시도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장거리용으로 보잉 회사의 787 기종과 777 기종을 운항하고 있는 데 이 중에 승무원들이 쉴 수 있는 벙커가 없는 기종이 있다. 그리고 이해가 안 가지만 회사가 가끔 이 벙커가 없는 기종을 밤 시간대에 출발하는 아시아 노선으로 보내서 승무원들이 레스트 없이 무조건 졸음을 참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 회사에서는 프러시저가 바뀌어서 무조건 승무원들이 승객들이 앉는 좌석에라도 앉아서 쉴 수 있게끔 해주었는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아직 승무원들도, 회사도 그렇게 유연한 편이 아니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날들이 사실은 꽤 많다. 인스타그램이나 SNS에서 보이는 승무원들의 모습은 예쁜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고 유럽의 멋진 관광명소를 돌아다니는 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제일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승무원의 일상은 “잘 먹고 잘 자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밤 비행에 다녀와 아침에 잠들고 늦은 오후에 일어나 밥을 해먹을 힘이 없어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한 달의 반 이상을 밤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정신없이 일해야 한다는 승무원들의 진짜 일상을 안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할까?



오늘도 나는 잠들기 위해 카모마일 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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