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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국가 호주 멜버른 비행 후기

by 캐롤라인

호주 비행을 하다 보면 한국인으로서 흥미로운 점들을 여러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일단 랜딩 카드 적을 때 여성, 남성 그리고 그 외의 성에 체크할 수 있다.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됨.


백신 접종 유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된다.



한국이나 일본은 기내 특별식 주문이 만석일 때에도 5개 이하, 많아야 10개 정도인데 호주 비행은 멜버른이나 브리즈번은 30-50개, 시드니는 70개까지 있을 때가 있다. 베지테리안뿐만이 아니고 코셔 음식 시킨 손님도 여럿 되고 저칼로리, 유당불내증, 글루텐 프리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차와 커피 서비스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우유도 스킴 밀크 물어보는 사람 있고 설탕도 스테비아 물어보는 사람 있고 차도 카모마일 차 있냐 녹차 있냐 페퍼민트차 있냐 핫 초콜릿 있냐 아주 다양하게 물어본다. - 에티하드항공은 이코노미 클래스 기준 홍차랑 커피만 제공 중이다. - 승무원으로서 일하는 건 힘들지만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고 확실히 남들에게 말할 줄 아는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사실 기내 특별식이나 스테비아 물어보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닌데 이번에 날 좀 더 반성(?) 하게 만든 손님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기를 데리고 탄 게이 커플이었다. 처음엔 입양아인 줄 알았는데 베이비 바시넷을 설치해줬던 다른 동료 말이 정말 그들의 아기라고. (그러니까 그들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나도 나름 오픈마인드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번 비행에서 좀 더 오픈마인드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취향이 있다는 건 멋진 일이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내 취향을 남들이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부터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해줘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내식 음식 옵션 하나만 남았을 때 양해를 구하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ㅠ 아마 그만둘 때까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국가에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내가 왜 그렇게 한국에서 살기 싫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비행이었다.




이 와중에 너무 귀여웠던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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