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라인 Mar 21. 2023

내가 더 이상 인생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 이유

내 인생을 바꾼 7년 전 오늘 그 사건

2016년 3월 19일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 7년 전 오늘이라고 그 당시 내가 썼던 글을 보여줘서 브런치 독자님들과도 한 번 공유해볼까 한다. 퇴사하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전체 공개해서 올리는 그날의 이야기


이 날을 이후로 난 더 이상 인생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블로그 원본 글]

https://m.blog.naver.com/ey856/223051150245






2016년 3월 19일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FZ981 추락사고



2016년 3월 19일. 스탠바이로 더블섹터 비행에 불려서 비행을 갔다가 새벽에 도착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자고 있다가 잠깐 카톡을 봤는데 엄청 많은 카톡이 와있어서 너무 놀랐다. 그중에서 친한 언니의 카톡 하나 " 플라이두바이 러시아에 추락해서 다 죽었대. @@도 있었다더라. 가족들한테 연락드려 "




손이 떨리고 너무 소름 돋아서 인터넷 창을 켜보니 다들 난리. 회사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순식간에 바뀌어있었고 구글도 네이버도 모두 FZ981 추락 사건에 대해 보도 중. 그럴 리가 없는데.. 구글과 유튜브 모든 기사와 추락하는 영상을 보니 그때서야 현실이 와닿았다.




그리고 그 비행에 간 크루들을 확인해봤고. 그중엔 블로그에도 포스팅 한 적 있었던.. 나랑 친분이 있는 @@ 도 있었다. 특히 그 친구는 아라빅 여자애가 다음 날부터 있는 휴가에 가기 위해서 absent(무단결근)를 했고 그걸로 인해 아라빅 스피커로 스탠바이로 불려 나온 경우. 아직도 그 친구의 웃는 모습이랑 목소리가 생생한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 건지....





너무 힘들었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계속 집에만 있었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모든 영상과 기사들을 다 봤고 배치메이트들 단체 왓츠앱 방에서 올라오는 생생한 정보들도 다 읽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다들 힘들어했고 당일날 콜씩(병가)만 오십 명 이상 냈으며 몇몇은 퇴사를 고려 중이었다.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너무 많다. 보잉 737-800은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비행기이다. 우리 회사는 저가 항공사라고는 하지만 비행기 표도 그렇게 싼 편도 아니고 정시 도착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창립 이래로 단 한 번도 작은 사고도 난 적 없다. 무조건 safety(안전)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기장은 천칠백 번대 사 번으로 이 정도면 플라이두바이에 4년 정도 일했을 꽤 높은 시니어리티를 가지고 있는 경우다. 비행시간도 오천 칠백시간. 절대 미숙하지 않다.. 그리고 라이언에어 이직하기로 되어있어서 그날이 플라이두바이에서의 마지막 비행이었다고 하는데.. 누구보다도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거라 생각한다. 임신한 아내도 있다고 하던데...




한 명 한 명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고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없다. 단 한 명도 생존자가 없다니.. 영상을 보면 랜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건 랜딩이 아니다...




두 시간을 넘게 홀딩했다면 왜 그전에 divert (회항) 하지 않은 걸까? 연료가 부족했던 걸까? 그럼 애초에 divert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러시아 관제탑에서 랜딩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랜딩 했을 텐데 그럼 어디서 잘못된 걸까?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이 날씨에 공항이 문을 열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데 그러면 왜 공항은 문을 열었고 랜딩허가를 해준 걸까. 기장은 절대 조종에 미숙할리 없는데 랜딩이라고 하기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나도 한 번쯤은 타봤을 그 비행기. 그 큰 비행기와 육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랜딩 할 때 크루들은 이상하다고 느꼈을까. 홀딩하는 중에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비바람이 강하게 부는 그 날씨를 보며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들은... 죽음을 예상했을까.





회사는 발 빠르게 사고에 대해 대처하였고 크루들을 위해서 심리상담가를 외부에서 데려왔다. 힘들면 언제든 무료 상담이 가능하니 헤드쿼터로 오라는 이메일이 왔다. 평소처럼 비행에 집중하되 사고와 관련한 질문을 승객이 한다면 노 코멘트하라는 얘기와 함께.





나는 다행히 그 사건 이후로 아직 회사에 가지 않았다. 레스트 하루와 이틀 오프. 그동안 마음 잘 추슬러야지..

동료들 승객들 모두.. 좋은 곳에 갔기를. 명복을 빕니다.

Rest in peace..

 



이전 05화 스몰톡과 취향의 상관관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