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싫지 않은 인도 첸나이여행
툭 까놓고 말해서, 난 인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인도보다는 인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일반화하지 말자, 편견을 가지지 말자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악명 높은 비행들을 여러 번 하고 난 뒤 이 다짐들이 물거품 되고 인류애를 잃어버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중동 항공사 승무원이라면, 아니 중동에서 사는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그 단어 ”인스방파“ 에서 첫 글자 ”인 “은 바로 인도를 줄인 말이다. 한국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인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두바이에서 살게 되면서 인도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더욱 심해졌다.
말하자면 끝도 없어서 하나하나 열거하기 도 힘들다. 과거에 있었던 “카스트 제도” 때문인지 비행 때 대접받고 싶어 하는 진상이 많다는 정도까지만 하겠다. (물론 인도 사람들 다 그런 거 아니고 우리 회사에 좋은 인도 사람도 엄청 많다..)
그랬던 나의 스케줄에 인도 첸나이 24시간짜리 레이오버 비행이 떴다. 많은 한국인 승무원들이 한국 인천 레이오버 대신 인도 첸나이 레이오버를 받는다는 말을 듣고 나도 언젠간 받겠지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빨리 받을 줄은 몰랐다. 레이오버 가면 최대한 그 나라에서 돌아다니는 편인지라 첸나이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첸나이 주재원을 갔다 온 사람이 많은 동생한테도 정보를 좀 묻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고생(?) 하는 여행을 싫어하는 편이다 보니 (이런 이유로 캠핑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 인도 여행 가서 할만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첸나이를 가면 승무원들이 보통 하는 루트가 정해져 있다. 첸나이에 있는 힌두교 최대 사원 중 하나를 (Chennai Sri Kaalikambal Kamadeswarar Temple காளிகாம்பாள் கோயில்) 관람을 하고 오는데 그 당시 나는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보고 종교랑 신에 대해 회의감이 들어서 사원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일본이나 태국에도 멋진 불교의 절이 많다고는 하지만 내 눈엔 한국의 사찰과 절이 제일 예뻐 보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가면 사원이나 절 관광보다는 다른 걸 하려고 하는 편이다.
인도 여행 와서는 사원 구경이나 공원 말고는 정말 할만한 게 없는 걸까?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호텔 주변만 돌아다니기는 싫고 습한 그 특유의 음기가 느껴지는 서남아시아의 호텔 안에만 있는 건 더 싫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첸나이가 요가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인도에서 배우는 정통 요가라니 갑자기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요기”는 아니어도 이따금 아부다비에서도 요가를 하러 다니고 늘 “요가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나에게 동기부여는 충분했다.
호텔에서 적당한 거리에 적당하게 깔끔한 요가 스튜디오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요가원을 찾을 수 있었고 (한국인들이 자주 간다면 깔끔해서 마음이 놓임) 원데이 클래스를 예약하기 위해 바로 왓츠앱을 보냈다. 그렇게 인도 첸나이의 요가원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슈트케이스에 넣어온 요가 매트를 에코백에 넣고 호텔을 나섰다. 우버를 타고 목적지까지 트래픽 없이 안전하게 도착했다. 미리 가 있고 싶어서 10분 일찍 왔는데 웬걸 웜업 요가를 한다고 공지되어 있던 시간보다 30분 전부터 시작을 했다고 한다. 얼른 들어가서 나도 따라서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요가 수업은 너무 좋았다. 이번에 한 건 아슈탕가 요가였는데 수업도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고 올만에 느껴보는 근육이 생기는 느낌, 스트레칭, 호흡 제대로 하는 법, 마지막에 10분간 해주는 아로마 테라피까지 완벽했다. 아부다비에서 요가를 배우려면 1 세션에 105 디르함, 약 37500원인데 첸나이에서는 590루피, 약 9300원을 냈다. 가격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저렴했고 요가 수업 나용도 너무 알차서 요가원 온 내 자신을 무척 내적칭찬했더랬다.
요가원에서 들은 수업이 너무 좋아서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서 첸나이 비행을 신청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스케줄에 첸나이 레이오버가 생겨도 ’내가 좋아하는 요가원에 가면 되지~‘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샤르자 생활도, 첸나이 레이오버도 내가 좋아하진 않았지만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인도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호텔에만 있었으면 어땠을까? 첸나이의 멋진 2층짜리 카페도 못 가보고 인도에서 정통 요가도 못 배웠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 오늘도 나는 소심하지만 행복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조금씩 용기 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