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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라인 Sep 03. 2023

해외 살이의 고충



외국 항공사 승무원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향수병” (homesick)이다. 어리고 젊을 때야 해외 놀러 다니는 것도 재밌고 모르는 곳으로 여행 다니는 것도 신나지만 한 두 해 계속될수록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니, 휴가만 되면 한국으로 놀러 간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을 정말 싫어하는 소수의 승무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동 항공사 승무원들은 휴가 때 한국을 간다.





이번 비행은 아부다비에서 열네 시간이 걸리는 토론토 비행이었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게이 사무장이 있었지만 같이 일하는 비즈니스 클래스 팀원들이 다 좋아서 그 긴 비행을 견딜 수 있었다. 특히 나랑 쉬는 시간이 같은 동료는 비행을 여러 번 같이 한 친구였는데 브리핑 테이블에서 보자마자 서로 웃으며 인사했더랬다.


 힘들고 긴 비행을 끝내고 토론토 시내의 호텔에 도착했다. 크루 버스에서 내렸는데 그 친구가 울고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친구가 펑펑 울면서 얘기해 줬다.


고향에 계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대.




K- 장녀로서 최근에 승무원을 그만두기로 한 친구가 했던 말 중에 공감 가는 말이 있었다. 한국에 갈 때마다 늙어버린 부모님을 뵙는 게 마음이 참 아프다고. 언젠가 한국에 가서 정착할 거라면 더 늦기 전에 돌아가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 곁에서 지내고 싶다고 얘기하는 데 정말 공감이 많이 됐었다.


해외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느끼는 고충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가족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가지 못한다는 점, 인생의 대소사를 같이 하기 힘들다는 점. 특히나 한국과 먼 곳에 살수록 그 아쉬움은 더하다. 내가 홍콩으로 베이스를 옮기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가족과 가까워지고 싶어서였다. 비행기로 8-9시간 걸리는 거리와 3-4시간 걸리는 거리는 차이가 크다. 홍콩에 산다면 3-4일 오프 때 한국 가는 게 부담이 없지만 아랍에미레이트에 산다면 3-4일 오프 때 한국에 가는 게 심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부담이다. 물리적인 거리 무시 못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끊임없이 물어봐야 한다. 오늘따라 더 한국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시차 적응 실패로 매번 아무도 없을 때 가는 이튼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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