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싫어
몸에 문신을 하다 보니 여러 개가 되었다.
첫 문신은 미국에서 약 15년 전에 했다.
그 당시 애인과 한 달 정도 미국 여행을 갔는데 뭔 보이는 사람마다 다 문신이 있는 거다.
마침 나도 해볼까~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미국에서 많은 이들의 팔에, 다리에, 목에, 심지어 머리에까지 그려져 있는 문신들을 보고 문신에 대한 담력이 생겨서 각자 따로 돌아다니는 일정이 있던 날 문신샵을 찾아가서 그리고 싶던 첫 문신을 그렸다.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의 문신은 쉬워졌다.
좋아하는 문구, 신체 부위에 있는 점을 활용한 그림, 하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없어서 괜히 새겨 넣은 별자리 등등..
문신을 할 때는 많이 아프다. 사람마다 좀 더 아픈 부위가 다르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뼈가 있는 부위가 유난히 아팠는데, 이 아픈 느낌을 이겨내고 나면 그렇게 뿌듯하고 성취감이 든다.
왠지 문신은 그 성취감에 중독되는 것 같다.
가진 문신 중에 책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 있다.
“네 속에 없는 건 너를 자극하지 않아”
어떤 이의 특정한 부분이 거슬리면 그건 나의 안에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만약 누가 어떠한 이유로 싫다? 그렇다면 그 싫은 이유가 나에게 있기 때문에 자극이 되었다. 이렇게 해석이 된다.
이 문장을 알게 된 뒤에 웬만하면 사람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정말로 누군가가 꼴 보기 싫어졌을 때, 정말로 그 모습이 나한테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자꾸 회사에서 미운 사람이 생긴다. 이 문장을 새긴 문신을 가만히 보면서도 미워 죽겠다.
그분은 회사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게 누구든지 시비 걸기를 좋아하고 언제나 뒤에서 흉볼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 하는 유명한 빌런이시다.
그분이 이번엔 내가 타겟인지 언제부터인가 나더러 들으라는 듯이 내 담당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녔다.
아무리 미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도 사실 그분이 나를 먼저 자극하셨고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분이지만 세 번을 참고 나니 네 번째는 참을 수가 없어서 또 사람들에게 내 업무에 대해서 떠들고 있는 타이밍에 자리로 가서 눈을 부릅뜨고 버럭 화를 냈다.
‘내 담당 업무에 절대 신경 쓰지 마시라고.’
늘 가만히 있던 내가 꿈틀 해서 오히려 기분이 더 상하셨는지 2일을 휴가를 쓰고 회사에 안 나오시더니 또 출근해서는 묵언 수행 같은 걸 하다가 반차를 쓰고 퇴근하셨다.
다른 사람에게는 몸이 아파서 그런다고 하셨지만 그렇게 믿기에는 또 다른 팀에 가서 큰 소리로 누군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계신 모습이 목격되어서 그냥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하고 말았다.
항상 누군가를 뒤에서 흉보고 다니고, 자기 뜻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큰 소리를 내고 짜증을 부리며 심할 때는 사무실 안에서 ㅆ이 섞인 욕을 싸지르고, 자기보다 목소리가 크고 성격이 세 보이는 남자 직원들에게는 커피까지 타다 주며 주변을 맴돌며 말 걸 타이밍을 노리는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으신 그분이 요즘 너무 미워서 열이 받을 때마다 계속 나를 되돌아본다.
나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나? 왜 자꾸 자극이 되는 거지?
제발 없어야 한 텐데 저런 모습..
누가 미워서 화를 내는 감정과, 나의 감정이 화가 나서 표현하는 행위를 구분 지어 관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도 자꾸 미워지는 마음을 녹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