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를 중심으로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해 진정 개방적인지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다문화 이주민이라면 익히 떠오르는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이 아니라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를 통해 우리가 타문화를 비롯한 외국인 이주민들을 진정으로 포용할 준비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정보 문명의 발달로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외국 문화 관련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외국인을 마주할 수 있는데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 2020. 04)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약 210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다문화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정착한 지 어언 20년이 넘었다. 비단 우리만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거기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 집단 또한 우리 문화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그 경계 또한 사라져 가고 있기에 우리는 문화인으로서 올바른 사고방식을 정립할 필요가 더욱이 생긴 것이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당시, 제주도에 입국한 500명이 넘는 예멘인 중 난민 신청을 한 484명 중 2명이 난민으로 인정됐으며 56명은 단순 불인정 됐고 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 14명은 난민 신청을 철회하거나 출국 후 재입국 기간 내에 입국하지 않은 자들로, 직권 종료됐다.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고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독립적인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이었지만 난민 심사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부정적인 담론이 형성되었던 당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예상된 결과였다.
2018년 6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글이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게재되었다. 이 청원 내용은 대중매체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으며 결과적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안겨주었다. 이내 그 내용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허위 사실이 포함되었다고 판단되어 청와대에 의해 삭제되었지만 이미 국민들의 난민과 이슬람 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갖도록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급기야 국민들로 하여금 예멘인을 넘어 범이슬람 문화에 대한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 현상을 뜻하는 말)를 형성시켰다. 아랍인이라고 모두 이슬람교 신도가 아니며, 중동 국가와 아랍 국가는 지역학 관점에서 다르다는 것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대중들은 이슬람 사람은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IS, 알카에다)들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슬람교도는 성추행, 성폭행을 일삼는 집단의 모임이라는 잘못된 개념을 먼저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난민 중에 젊은 남성들이 많고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가짜 난민이라는 오명을 씌우기도 했다. 제노포비아에서 비롯된 거짓 추측들은 결국 예멘인들은 가짜 난민일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범죄율을 증가시킬 것이고 우리의 일자리 또한 뺏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실제로 그들은 빈번한 내전으로 인해 위태로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이주를 결심했으며 남성 이민자는 정부군이나 반군에 군인으로 끌려가기 때문에 참전을 피하기 위해 망명을 결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뉴스앤조이, 2018. 06. 21.). 또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공식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의 발생동향 및 특성’ 자료를 보면,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당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취업 가능한 분야는 양식업, 어선원, 요식업 등 특정한 분야로 제한되어 있었으며 해당 분야에서 한국인 구직자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고 한다.
정보는 정확한 사실과 근거가 수반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어두운 가면을 쓰고 있다. 어쩌면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그 결과는 일부의 무지에서 시작된 추측이 두려움을 자극하는 담론을 형성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문화를 올바르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문화를 바라보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것과 다른 문화를 구분하는 것보다 다른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정보 혁명의 대표 산유물인 SNS는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정보를 쏟아내고 있으며 국가를 구분하는 물리적 울타리인 국경을 허물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옳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올바른 시선으로 세상과 다양한 문화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생겼다.
결코 모든 난민은 받아들여져야 함이 마땅한 것은 아니다. 거절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 후 나의 상황의 여의치 않을 때 하는 거절이 바람직한 거절이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좀 더 포용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인식해야하고 그에 따라 올바른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이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