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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소영 Jul 07. 2021

오늘도 단호박이다

언제쯤 내게도 아기천사가 올까

올해로 결혼 5년, 우리 부부의 목표는 '임신'이다.


1월부터 임신에 열을 올리며 배란 주마다 다른 외부 저녁 약속은 잡지 않고 일찌감치 퇴근 후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증상 놀이만 이어질 뿐... 진짜 임신은 없었다. 벌써 6번째 실패... 오늘 6번째 실패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번엔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실망감이 훨씬 컸다. 디지털 배란테스트기를 만난 순간 신세계를 경험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나도 모르게 기대가 커졌던 것 같다. 기대는 더 큰 실망을 불러오거늘... 이 부분에 순간 방심했다.


결혼 3년째 되던 해, 난 임신을 했다. 아니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임신에 성공했고 임신테스트기로 두 줄을 확인했다. 당일 피검사로 수치를 확인했고 이후 아기집도 확인했다. 아기의 심장소리도 들으며 새 생명을 품고 있음에 신기하기도 하고 가슴 벅찬 경이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임신 9주 차 유산을 했다.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아기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아기가 이미 며칠 전 떠난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 상상도 못 한  충격적인 얘기였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는 걸 난 이때 경험했다.


그렇게 향이와 작별한 지 1년 그리고 9개월이 흘렀다. 짧았던 9주였지만 지금도 향이를 떠올리며 홀로 눈물을 훔칠 때가 있다. 모든 게 내 책임 같은... 또래쯤 되는 아기를 보면 향이가 더 생각난다. 향이가 태어났다면 저만 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간절한 마음이 부족해서일까. 아기 천사는 그 이후 오지 않고 있다. 오늘도 난 빼박 단호박과 마주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얼리 임신 테스트를 했건만 결과는 한 줄. 함께 아기를 기다리던 친구는 이번에 성공해 두 줄을 확인했다. 진심으로 축하했다. 둘 중 하나라도 임신에 성공한 게 어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난 왜 이모양인가' 자꾸만 자책하게 됐다.


임신으로 실망하면 주변에서 '다음 달에 더 노력하면 되지 실망하지 마'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기운을 내보려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젠 의술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무섭기도 하다. 의술의 힘을 빌려서도 안 되면 난 그때 어떻게 해야 하지... 괜한 걱정이 스치고 지나간다.


내게도 다시금 임신테스트기가 두 줄이 뜨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기 천사가 내게 다시 찾아와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널 너무 기다렸다고, 너무 만나고 싶었다고 인사하고 싶다. 그런 날이 내게도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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