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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Apr 18. 2022

[입원일기 #13] 인공장루야, 안녕

걱정 많은 직장암 3기 환자 가족의 입원 일기

이제 조금은 익숙해진 인공 장루. 보통 3~4일에 한번씩 교체를 해줘야 하는데, 처음에는 손도 바르르 떨고 겁도 났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후딱 교체할 수 있게 됐다. 그런 김에 오늘은 인공 장루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인공 장루는 암세포가 항문과 가까이에 있어, 항문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 말 그대로 배를 통해 배변을 배출하도록 하는 거다. 환자의 병의 기수에 따라 혹은 위치나 상태에 따라 인공 장루를 임시로 달아야 하는지, 몇 개월 뒤에 복원을 할지, 것도 아니면 영구적으로 달아야 하는지를 수술 전에 결정한다.


우리 아빠의 경우, 암세포가 항문 가까이에 아주 좁게 위치하고 있어 항문을 살리지 못했다. (요즘 떠도는 뉴스 기사를 보면 대부분 항문을 살릴 수 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우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수술 전부터 영구적으로 인공 장루를 달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에 임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아빤 인공 장루에 대해서는 불만이 별로 없다. 왜냐면 직장암 때문에 항문의 기능이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그래서 대변 관리가 안 되는 정점을 찍었을 때 발견을 했기 때문이다.

인공장루와 장루를 교체할 때 필요한 제품들

본격적으로 인공 장루를 교체할 때 필요한 도구들이다.

1. 접착제거제
2. 짓무름 제거 가루
3. 피부보호제
4. 틈 막음 연고
5. 인공 장루(배에 붙이는 똑딱이)
6. 인공 장루(비닐팩)

장루를 교체할 때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물이 필요하다. 여기 쓰여있는 기본 준비물 외에도 일회용 비닐장갑, 물티슈, 휴지, 종이컵, 손소독제 등이 있어야 한다. 어쨌든 인공 장루는 배에 스티커처럼 부착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장루 주변의 피부가 약해질 수 있다. 피부가 약해지면 장루가 튼튼하게 고정되지 않고, 그렇게 되면 배변이 세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잘 관리를 해줘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루를 떼고 붙일 때 피부막을 보호하는 1-4번의 준비물이 필수적이다.


장루를 교체하는 방법은 잘 정리된 유튜브 영상이 있어 공유한다. (https://youtu.be/AQgLpfnBEtQ)

인공장루 교체하는 방법 영상(출처: 양지영 유튜브)


내게는 인공 장루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 하나 있다. 한 연예인이 인공 장루를 달고 방송에 출연했는데, 이를 후속으로 다루는 심층 기사였다. 이제야 그 기사를 다시 들춰보게 됐는데,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일이라 생각하니 한 문장 한 문장 곱씹게 된다. 어느 지점에서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 기사의 주인공인 한아름님은 방송 출연 후 악성 댓글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더럽다”, “방송에 나와 왜 똥 얘기냐”, “똥 얘기 그만해라”는 얘기였는데, 누군들 방송에 나와 똥얘기를 늘어놓고 싶었을까. 한아름님은 장루장애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어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기사 출처: 투데이신문

그리고 며칠 전, 장루를 찬 한 외국인이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고, 딸과 함께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도 즐기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접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였지만, 그가 전하고자 했던 것도 한아름님의 마음, 내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다음에는 그 멋진 외국인을 꼭 한번 소개하고 싶다.

출처 : 인스타그램 mrcolitiscroh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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