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직장암 3기 환자 가족의 입원 일기
약간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던 오늘. 간병하는 동안 한 문장, 한 문장 아껴읽었던 유지혜 작가의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를 마저 읽었다. 유지혜 작가. 동경한다. 한 문장도 쓸모없는 구절이 없는 책. 글 쓰는 사람이 작정하고 쓰면 이렇게도 될 수 있구나를 알게 된 계기였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끝이 가까워짐이 아쉬웠다. 부러운 마음 전면에 세우고, 몇 문장만 따라 써 보기로 한다.
뇌는 생각이나 경험을 통해 각각의 회로를 만드는데, 우울을 느끼면 우울 회로의 패턴이 생기고, 반대로 행복한 경험을 통해 행복을 느끼면 행복 회로의 패턴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한번 만들어진 회로는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행스럽게도 불행 회로를 완벽히 가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다. 그 방법이란 불행 회로 위에 행복 회로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행복 회로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 중
‘감사하기’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그저 그 말은 천성 자체가 긍정적인 사람들이 내세우는 불편한 억지이며,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나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성공의 잔재 같은 말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진정한 감사하기에는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았다. 감사하기의 핵심은 생각의 전환이었다. 소박한 그 무언가에 열렬히 감탄하는 것. 작은 것을 크게 확대하는 능력,
중요한 것을 알아차리는 힘 따위 말이다.
특별함은 갈수록 외로워지기 마련이다.
더 이상 특별한 나를 갈구하지 않는다.
그 시절은 그 자리에 두고,
평범한 오늘을 산다.
평범을 권태로 착각하지 않으며
모두 유지혜 작가의 책에 담겨있는 보물들이다. 아쉬운 마음 달래기 위해 마지막 문장까지 전부 읽은 내 감정을 조금이나마 기록했다.
선물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이었다.
한 문장, 한 단어에 들어간 작가의 고민이 날것으로 느껴지는 책.
글을 쓰고 읽음에 대해 나의 모든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부순 책.
부러운 단어와 문장들을 보며 유지혜라는 사람을 동경하게 됐다.
따라 해보고 싶고, 똑같아지고 싶고, 배우고 싶은 유지혜 작가의 글.
글이 그려지고 들린다.
멋들어진 책 보다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지하 어두운 곳에서 자기 자신과 부딪혔을 책.
전체에서 하나를 묻는다면 설명이 어렵지만
이 작가가 말한 것의 100% 그 이상을 공감했다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
위로보다는 동지를 만난 느낌이다.
부담스럽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다.
내 마음이 규정하지 못한 과제들을 아주 즐거운 용어들로 풀이해줬다.
유지혜 작가는 한 문장도 놓치지 않았다.
한 문장, 한 문장 궁금하고 또 부러웠다.
좋아서 자꾸 찾게 된 지루함과는 거리가 먼 책.
이런 책을 작은 동네책방에서 찾아낸 나를
무한히 칭찬한다.
2021.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