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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우리가 겪은 모든 소란

소란騷亂과 소란巢卵 그리고 박연준 시인

오늘의 문장은 국경봉쇄의 날 만났던 소란巢卵의 희망이 된 책, 박연준 시인님의 『소란』(난다, 2020, 개정판)에서 가져왔습니다.

괜찮아요. 우리가 겪은 모든 소란騷亂*은 우리의 소란巢卵**이 될 테니까요.

_「초판 서문 모든 소란은 고요를 기를 수 있다」 중에서

*시끄럽고 어수선함.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 두는 달걀.


아직은 도서관리시스템으로 책의 위치를 찾는 것보다 제가 책을 찾는 것이 빠를 때가 많습니다. 매일 서가를 살펴서 책의 위치를 기억하기도 하지만, 사연이 깃든 책이 많기 때문입니다.

박연준 시인님의 <소란> 역시 사연이 깃든 책입니다. 이 책은 2020년 3월 28일, 제주도 달리책방에서 구매한 것입니다. 팬데믹으로 국경봉쇄를 시작한 날이죠. 격리 정책이 시행되기 하루 전에 제주에 도착해서 격리 없이 조용히 책방만 다니고 있었는데, 가는 책방마다 칭다오에서 왔음을 밝히고 가도 되는지 허락을 받곤 했습니다. 이전하기 전 소리소문 대표님은 허락해 주셨고, 달리책방은 연락이 안 되어 책방 앞에서 여쭤봤다가 너무 놀라게 해 드린 기억이 납니다. 지독하게 소란한 시절 '소란'을 만났고, 초판 서문에 있는 말을 보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러시아에서부터 망가졌던 저희 부부의 건강은 급속도로 좋아졌고, 가족은 두 배로 늘었습니다(2명에서 4명으로). 도서관도 나만 알고 싶은 도서관에서 칭다오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북클럽 이름으로 '소란'으로 지은 이유 역시 오늘의 문장을 간절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기간이 적어도 저와 도서관에는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가족사는 눈물의 생이별이었지만, 결핍이 있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철 지난 이야기입니다. 한 시절이 지났습니다. 소란騷亂한 시절은 그렇게 소란巢卵이 되었습니다. 이제 문학의 밤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소란騷亂했던 시절을 소란巢卵의 기록으로 완성하고자 합니다. 여전히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하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우리도 그만큼 맷집이 생겼습니다.


제3회 칭다오 경향도서관 문학상은 23일(월) 마감,

팬데믹 종식 기념 어린이 동시 공모전은 28일(토) 마감입니다.

담담하게 소란의 시절을 나누며 위로받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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