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멈춘 뒤 일어나는 일들에 관하여 2020.03.14.
4년 동안 기다린 소식 : 준서가 찾아왔어요 2020.03.14.
-모든 것이 멈춘 뒤 일어나는 일들에 관하여
11일에는 뉴스에 황금마차 소식이 나왔고, 호텔에 격리되고 있는 분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더해지고 있다는 소식도 나갔다. 나를 취재한 기자님은 메인 기사에서 클로징으로 바뀌며 한인회 이야기가 생략되었다고 했고, 피서산장 이향숙 선생님이 한인회와 영사관 부분까지 포함해서 기사를 써주셨다. 호텔로 격리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서 가지고 있는 책으론 감당이 안 될 거 같아 황금마차를 이틀 동안 운영하며 책을 반납받고 대출해 드리기로 했다. 3월 18일은 형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날, 그전까지 어떻게든 돕고 싶다.
이틀 전에 도서관에 책을 보충하러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 거 같았다. 생각해 보니 중국은 중앙난방 때문에 매연이 엄청난데, 이번 겨울은 대기질이 좋았다. 공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겨우내 맑은 하늘을 얼마 만에 본 건지 모르겠다. 긴 겨울을 지나 봄이다. 이제 입국하는 분들도 호텔 로비에서 덜덜 떨진 않는 거 같다. 우리의 시간이 멈춘 동안 자연의 시간은 그대로 흘러갔다. 도서관에 가는 길목에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벚꽃이 피는 시절에 도서관에서 뵙자고 했는데,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멈춘 뒤 일어나는 일들이 있었다.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그동안 도서관을 이끌어 간다고 아내와 집에 소홀했는데, 하루 종일 붙어서 여기저기 호텔을 다니며 책을 전달하고, 집에서 같이 쉬다 보니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마음의 안정은 곧 건강으로 연결되었다.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내나 나나 몸상태가 그렇게 좋진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 부부는 지쳐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 아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에겐 '희아'라는 태명의 아기가 있었다. 있었다고 하기엔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우린 존재했다고 믿는다. 허니문 때 얻은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나와 아내를 너무 오래 괴롭혔다. 그리고 그 괴로움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당한 낙상 사고 때문인지 우리는 몸이 점점 안 좋아졌다. 4년이 지나자 병원에선 시험관을 준비하라고 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가서 약을 처방받았고, 코로나를 만났다. 약 때문인지, 안정된 마음 때문인지 우리에게 오래도록 기다렸던 소식이 왔다. 2020년 3월 14일 오전 9시 15분, 황금마차 운행 나가려는 나를 부른 아내가 테스트기를 보여주자 나는 오열하며 아내를 안아주고 기도했다.
누군가는 아이 없는 결혼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아이를 갖는 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갖지 않는 걸 선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갖는 건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임신을 준비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임신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되었다. 생명이 찾아온다는 말의 의미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다시 '희아'라고 불렀고, 이번엔 꼭 만나자고 했다.
코로나는 삶에 제동을 걸었다. 우리의 삶과 이 세상은 그동안 너무 지나치게 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게 멈추니 깨끗한 공기와 청명한 하늘과 제때 피는 꽃과 생명이 찾아왔다. 코로나와의 1차전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장거리 비행하기 부담스러운데, 중국에서 간다고 하니 우리를 받아주는 숙박시설이 없다. 오직 제주만이 차별 없이 받아준다고 해서 제주에 머물게 될 예정이다. 어쩌나 보니 태교여행이 되었다. 부디 벚꽃이 만연했을 때 도서관에서 활짝 웃으며 보길 바란다. 4월에 봅시다!*
2020. 03. 14. 시간의 흐름과 멈춤 사이에서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앞으로 펼쳐질 일도 모르고 나는 4월, 아내는 5월에 돌아오는 표로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