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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40초의 비밀의 라면

미아동 골목에서 발견한 시간의 맛..이가네 만두

by 까칠한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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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달인'이라는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날 나온 주인공은 '라면의 달인'이라고 소개된 어느 사장님이었습니다.


타이머도 없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정확히 3분 40초에 라면을 건져 올리는 모습.

그 라면의 맛은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마침 시간이 있던 날,

미아동에 있는 그 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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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쪽 코너에 자리한 오래된 가게였습니다.

이가네만두라는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라면과 만두를 주문하고자 메뉴판을 보는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두 8개에 2천원, 라면이 3천원이라니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가격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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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싼 가격에 낚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만두를 빚고 있는 분들을 지켜보고 있던 차에 만두 1인분이 나왔습니다. 한입에 딱 먹기 좋은 크기의 만두들이 접시에 담겨 있었습니다.

비주얼만 봐도 옛날 어릴 적 먹던 그 느낌의 만두였습니다.


커피.여행..그리고 일상에 대한 끄적임_사진_20241107_6.jpg 2000원의 기적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첫 입에 느껴진 것은 맛 그 이상이었습니다. 정말 맛도 맛이지만, 추억이 함께 묻어나는.


문득 예전 어릴때 동네 시장 입구에서 욕을 잘하시고 목소리가 걸걸했던 할아버지가 만들어 파시던 만두가

생각났습니다. 그 만두는 크기도 작고 속의 내용물도 별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만두피가 유독 쫄깃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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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격도 이렇게 만두를 빚는 곳을 찾기 힘든데,

생김새만으로도 이미 2천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1인분을 더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나온 라면을 보며 먼저 국물 한 수저를 떠먹어 봤습니다.

고추가루가 조금 들어간 얼큰한 국물맛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것은 면발이었습니다.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덜 익히거나 과하게 익힌 그런 면발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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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잘 익었으면서도 면발의 탱탱함이 살아있는, 정말 인생 라면이라고 부를 만한 맛이었습니다.

3천원이라는 가격으로 계란과 국물의 얼큰함, 그리고 면발의 탱탱함까지.

다른 인위적인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라면 하나만으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TV에서 본 3분 40초의 기적은 단순히 시간을 정확히 재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 담긴 것은 음식을 대하는 정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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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머가 아닌 경험과 애정으로 재는 시간. 그것이 바로 진짜 맛의 비밀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아동 골목 한편에서 만난 소박한 라면 한 그릇이 제게 알려준 것은, 가장 간단한 음식일수록 가장 정직해야 한다는 진리였습니다. 화려한 토핑이나 특별한 재료가 아닌, 기본에 충실한 정성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하루였고 그흐 기본에 충실한 최고의 라면을 먹고 싶을땐 자주 가는 인생 맛집입니다.


이가네만두 서울 강북구 솔샘로65길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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